2009. 3. 14. 09:12

간혹 에이즈라는 이야기를 들을때면 이전에 내가 재수할때 다녔던 종로학원의 생물선생님 생각이 난다. 그 생물선생님은 수업의 대부분 시간을 625 전쟁당시 피난가면서 한강을 어렵게 건넜던 이야기로 보냈던 분이셨다. 그러면서도 간혹 코메디 뺨치는 어록등을 가끔 말하면서 웃기곤 했는데, 지금도 기억나는 것중의 하나는 '에이즈' 에 대한 것이었다. 칠판에 'AIDS'라고 적어놓고는 이것의 뜻을 '아(A)! 인제(I) 다(D) 살았다(S)'라고 하는 순간, 한동안 웃는다고 난리가 났다.

요  며칠사이에 에이즈에 걸렸다는 제천의 택시기사의 무차별 성관계때문에 뉴스에 연일 방송되었다. 또한 에이즈 전염에 대해서 현재 말들이 많은 모양이다. 다행히 뉴스에 의하면 그 택시기사가 잘 치료하고 있었기 때문에 에이즈 바이러스의 역가가 낮아서 전염이 거의 없을 것이다....라는 것이다.

일부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정상적인 사람이 에이즈환자와 성관계 한번 해도 약 1%미만에서만 에이즈가 전염된다고 말이다. 이 이야기의 근본은 1997년 world bank에서 발표한 것에 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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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문헌 1에 나오는 1997년 world bank의 자료)


위 표를 보면 정상적인 성관계에서 여자가 남자에게 에이즈를 전염시킬 확률은 0.1% 이내, 남자가 여자에게 에이즈를 전염시킬 확률은 0.1~0.2%로 언급하였다. 남자대 남자의 항문성교에서는 좀 높아서 3%까지 증가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올해 2009년도에 지금까지 에이즈역학내용으로 발표된 대부분의 연구결과를 다시 조사해서 나온 결과가 하나 있다. 아래 내용은 한번의 성관계로 일어날 수 있는 확률이다. (per sexual act)

그 조사에 따르면 소득수준이 높은 나라에서는 한번의 성관계로 여자가 남자에게 에이즈를 전염시킬 확률은 0.04%이며, 남자가 여자에게 전염시킬 확률은 0.08%였다. 그러나 소득수준이 낮은 나라에서는 한번의 성관계로 여자가 남자에게 전염시킬 확률이 0.38%이고, 남자가 여자에게 전염시킬 확률이 0.30%로 좀 더 높았다고 한다.

또한 한번의 항문성교로 에이즈가 전염될 확률은 1.7%라고 한다. 기간에 따라서는 무증상의 에이즈환자보다 초기나 후기 에이즈감염시에 각각 9.2배, 7.3배 더 잘 전염이 된다고 한다. 특히 접촉부위에 궤양등의 상처가 있는 사람에게는 5.3배 더 잘 전염되며, 포경수술을 하지 않은 사람은 2배더 잘 전염된다고 한다.  

위에 언급된 제천의 택시기사의 경우에는 물론 질병관리본부 말처럼 잘 조절되었던 환자이고, 정상적인 성관계시 전염될 수 있는 확률을 고려하면 언론에서 떠들정도는 아닌,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이 더 높을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에이즈란 무서운 병이고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가능한 모든 경우의 사람들을 조사해야만 많은 사람들이 고민을 하지 않게 될 것이다.

덧글) 원래 정확하게 말하고자 하면 HIV 가 한번의 성관계로 전염이 되는가일것입니다. 그러나 보통 HIV라고 이야기하기 보다는 에이즈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을 것 같아 에이즈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원래 의미는 HIV 전염입니다.

참고 :
1. 박기호. 에이즈에 대해 거들떠 보기. 대한의사협회지 2005년 11월호
2. Boily MC, et al. Heterosexual risk of HIV-1 infection per sexual act: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observational studies. Lancet Infect Dis 2009;9:118-29.

Posted by 두빵
2009. 3. 10. 12:11

책을 쓰기로 맘먹으면서 한달간 고생을 하다가......
어느순간 완성이 되어 이제서야 출판을 하게 되었습니다.

같이 계시는 선생님과 분야를 나누어 같이 계시는 선생님은 전립선에 대한 이야기를 쓰셨고, 저는 요실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외 여성질환에 대해서 다 다루고자 하였습니다.

기존의 책들은 다 병원에 대한 이야기등을 쓰면서 일반인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킬만한 과장된 제목과 글을 쓰는 것에 대해서 약간은 불만이었는데, 환자들에게서 자주 들으면서 뭐를 궁금해 할까...하는 것들을 목차로 삼아서 글을 쓴것에 이제서야 완성이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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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책을 쓴다는 것이 처음에는 간단한줄 알았는데, 조그만 책 하나 내는 것도 참 힘들더군요. 자신은 정확하게 썼다고 하는데, 오타등이 그렇게 많이 생기고, 의사로서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쓴다고 했는데, 출판사에서 이것저것 너무 어렵다고 더 쉽게 쓰는 것을 원하고.....

의사가 설명하면서 이정도 쉽게 하면 되겠지라고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었나....라고 다시금 생각하게 된 계기도 같이 되었습니다.

단순히 요실금 뿐만 아니라 과민성방광, 여성생식기염증, 여성의 성기능까지 모두 아우르다 보니.....어떻게 보면 별 특징없는 책으로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실제적으로 환자기 직접적으로 궁금한 내용을 올바르게....그리고 쉽게 쓸려고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은 아는 지인에게만 책을 선물하는 정도이지만, 좀 있다가 서점등에도 구입할 기회는 될 것 같습니다. (아마 자극적인 제목도 아니고 훌륭한 내용도 아니기 때문에 베스트셀러는 안되겠지요...^.^)

Posted by 두빵
2009. 3. 10. 11:56

몇달전이었던가....
한때 좀 인기를 끌었던 모회사의 음료광고가 있었다. 젊은 여성환자가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을 붙잡기 위해 발을 들이댔는데, 문이 열리면서 보니 남자의 급소를 건드리는 시나리오였다. 광고라서 별 상관이 없겠지만, 그렇게 차이면 그 남자는 얼마나 아플까....라는 생각이 간혹 들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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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진료현장에서는 싸워서 고환을 다쳐 오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이전에도 몇번 있었지만, 최근에 한 어린이가 책상 모서리에 하복부을 부딪힌 후에 갑자기 시작된 고환통증으로 내원하였다. 처음에 그냥 봤을때는 부딪힌 충격으로 고환이 파열되었겠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진찰을 하였다.

애가 약간 살이 있으면서 아파서 몸에 힘을 주어서 그런지 고환을 잡기가 좀 힘들었는데, 고환을 잡다 보니 오른쪽 고환이 다른쪽보다 몇배로 커져 있는 것이 아닌가?
흠.....이거...약간 심각하겠네.....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고환초음파를 다시 한번 검사했는데, 다행히 고환은 괜찮았다. 근데 초음파로 보니 부고환에 염증이 무척 심해서 아이가 그렇게 아파하는 것이었다. 아마도 다친것과는 별개로 우연히 같은 시점에 부고환염이 생긴 것으로 생각하였다. 우선은 약물요법으로 치료를 하자고 하면서 항생제 약물치료를 시작한 뒤에 매일 오라고 한뒤에 관찰하였다.

의사의 입장에서 고환이 아파서 오는 사람들....특히 아이들의 경우에는 상당히 긴장하곤 한다. 이것이 응급으로 수술을 해야 하는 병인지, 아니면 약물요법으로 치료하면 되는지 항상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이다.

고환이 아픈 경우에 보면 항상 두가지를 감별해야 하는데, 고환염전인지 고환염이나 부고환염인지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 또한 위경우에 다쳐서 오는 경우라면 고환파열도 같이 감별해야 한다.

고환염전은 쉽게 말해 고환을 공급하는 혈관이 꼬이는 병으로 꼬이게 되면 피가 통하지 않기 때문에 4시간이 지나가면 고환의 기능이 회복하는 것이 어렵다.  따라서 약 아프고 난 뒤 약 수시간 이내에 바로 수술을 들어가야 한다. 오직 수술로만 혈관 꼬인것을 풀어줄수가 있기 때문에 이때는 시간싸움이 된다. 마찬가지로 고환파열의 경우에서도 가급적 빨리 수술을 해서 봉합을 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고환염이나 부고환염의 경우에는 항생제 약물치료를 몇주간 시행하면 대부분 다 호전된다.


따라서 비뇨기과의사들은 고환이 아프다고 하면 항상 위의 질환들을 감별해야 하는데, 임상적으로는 감별하기가 무척 힘들다. 단순히 검사만 시행해서 100% 확인하는 것이 어렵고, 오랜 경험과 순간적인 판단력과 직관등이 종합해서 결정해야 하며 잘 모르겠으면 수술을 통해서 확인해야 한다.

위 아이도 며칠간 계속 봐왔는데, 2일간은 아이가 더 아파해서 사실 속으로는 수술을 해서 한번 봐야 되나....라고 고민을 무척 많이 했었다. 2일간은 고환크기가 변화없이 지속적으로 더 아파했었기 때문에 혹시 고환염전이면 어떻게 하나....라고 밤잠을 설쳤었다. 다행히 2일후부터는 순간적으로 통증이 없어지면서 크기도 정상적으로 호전되어 갔다.

고환이 갑자기 아프다면...특히 아이들의 경우..... 지체말고 바로 병원에 뛰어가기 바란다. 밤중이라서 문연데가 없다면....바로 응급실로 직행해야 한다.

Posted by 두빵
2009. 3. 4. 17:12

며칠전 진료실에 왔던 북한 탈북자가 잠복매독으로 내원하였다. 당시 매독에 대해서 이것 저것 설명하고 주사 맞읍시다.....라고 했는데, 이 환자가 왈....
"이런 병은 북한에는 없습네다. 남한에서는 특별한 일도 없었는데, 남한만 있는 것입네까?"

오잉? 글쎄.....그럴리가.....
북한의 자세한 상황은 잘몰라도 매독이 없는 나라는 없을껀데.....하면서 별 대답을 하지 못했다. 북한의 정확한 통계를 이용할 수 없으므로 상황이 어떤지 알기가 힘들것이다.

그러나 1950년 당시 중국의 상황을 보면 중국이라는 나라에서 매독이 굉장히 많았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연구에 의하면 매춘부의 84%, 대도시 전체 인구의 약 5%가 매독으로 고생하였다는 보고를 보면 당시 중국에서는 매독이 상당한 문제가 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북한도 매독에 대해서 안전지대일까?......라는 의문이 들기는 한다.

1950년도의 당시 중국에 만연했던 매독을 거의 완치단계까지 없앤 이가 그 유명한 마오쩌뚱이다. 마오쩌뚱은 성병 예방 캠페인을 발달시켜 노력했던 결과, 1960년대에는 중국의 매독을 거의 박멸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서방세계에 닫혀있던 중국에서 개방화의 물결이 일어나고, 매독을 거의 박멸하였다는 정부의 자만심에 느슨해진 단속결과에 매독이 최근 다시 재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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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문헌에 나오는 중국의 연도별 매독 유병율.
   보면 199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다.)


그래프에서도 보듯이 1980년대 중국은 매독이 거의 없다시피 하였다. 그러나 1990년도에 들어서면서 서서히 매독에 대한 유병율이 증가하기 시작하여 2005년도에는 1차와 2차매독의 유병율이 10만명당 5.13명까지 올라갔다. 신생아 매독의 경우에는 2000년도에 들어서면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2005년도의 기록을 보면 중국내에서 상하이가 가장 높은 매독 유병율을 보였는데, 10만명당 55.3명이었으며, 중국 동부의 저장에서 10만명당 35.9명이고, 푸젠성에서는 10만명당 26.8명이었다. 베이찡도 10만명당 24.9명으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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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문헌에 나오는 중국 지역별 매독 유병율.
    보면 베이찡, 상하이, 저장, 푸젱, 광시등에서 매독의 유병율이 높다 (짙은 파란색으로 칠해진 곳))


위의 기록은 공식적으로 보고된 기록을 추산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신고되지 않고 만연하는 매독의 유병율은 아마도 훨씬 더 높을 것이다. 최근 기사를 보면 중국에서 성병이나 매독뿐만 아니라 에이즈도 감염사망율의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점으로 최근 중국당국도 이에 대한 대책을 계속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진료실에서의 느낌으로도 중국에 다녀오신 분들에게 매독증세를 호소하는 분들이 좀 있었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는 성관계를 원천적으로 하지 말아야 하겠지만, 피치 못한 사정으로 어쩔 수 없는 경우라면 콘돔을 반드시 착용하도록 하자. 그리고 반드시 추후에 매독과 에이즈에 대한 피검사를 통해서 확인을 하여야 할 것 이다.

참고:
Zhi-Qiang Chen et al. Syphilis in China: results of a national surveillance programme. Lancet 2007;369:132-138

Posted by 두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