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 28. 00:52

비뇨기과를 진료하다 보면 간혹 예기치 못한 것을 검사해달라고 오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이중 혼전검사라는 것이 있다. 안그래도 이것에 대한 글을 쓰려고 맘먹은 차에, 어제 파워블로거인 폴리클님의 결혼전 건강진단서에 대한 내용이 있어 이에 대한 나의 의견을 잠시 써본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것을 좀 고려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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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Ryan Brenizer at Flicker)

사실 혼전 검사라는 것이 무엇을 위해 있는건지 잘 모르겠다.

혼전검사의 검사항목부터 보자.
일반적인 혈액검사 및 소변검사, 방사선검사부터 시작하여 좀 넓게 확장하면 성병에 대한 검사와 함께 남성과 여성만의 장기에 대한 검사들이 있겠다.

하나 하나 자세히 살펴보자.
일반적인 혈액검사와 소변검사 그리고 간단한 방사선검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직장을 다니거나 학교를 다닐때 일반적으로 시행하는 건강검진에 대부분 다 포함된다. 이것은 결혼전에 검사를 해야 할 항목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결혼후에도 지속적으로 검사를 해야 할 항목들이다. 더욱이 나이가 들면서 추가적으로 정기적인 검사를 해야 할 항목들( 예를 들면 내시경) 등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성병에 대한 검사들은 어떨까....
물론 성병이 증상이 없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일반적인 경우에는 증상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 매독이나 에이즈의 경우는 약간 다르다. 매독이나 에이즈는 특별한 증세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자기가 혹시 성관계를 하면서 의심이 든다면 반드시 정기적으로 해야 하는 검사이다. 그외 성병...즉 요도염이나 질염의 경우에는 당사자가 성생활을 하고 있다면 간혹 한번씩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은 경우이다.

그리고 남성의 경우 전립선이 있을 수 있는데, 정상적인 젊은 나이이라면 절대 전립선비대증은 발생할수 없으며, 전립선염의 검사도 반드시 증세가 있어야 검사를 시작하는 것이 원칙이다. 여성의 경우 자궁경부암에 대한 검사를 시행할 수 있는데, 이것을 하는 때는 보통 성관계를 했을때 시행할 수 있다. 성관계를 한번도 하지 않았다면 처녀막때문에 할 수도 없을 뿐더러, 할 필요가 없다고 알고 있다. 유방검사야 보통 정상적인 결혼 적령기때 하는 검사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혹 남성의 경우 불임에 대한 검사로 정액검사를 시행할 수는 있는데, 백번 양보해서 간단히 검사할 수 있으므로 원한다면 한번 해볼 수 있다.

종합해보면 혼전검사의 항목들중 일반적인 건강검진을 제외한 나머지 것들에 대한 검사는 결혼전에 성관계를 했다는 전제하에 검사를 하는 것이다. 뭐, 그래도 요새는 성개방시대이고 각자 나름대로의 가치관이 있으므로 백번 양보해서 결혼전 성관계에 대한 것은 넘어갈수는 있겠다. 또한 배우자에 대한 예의로 자기가 스스로 검사를 해서 확인하는 것은 괜찮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신혼 혼수품으로 서로 확인하는 것은...글쎄....
아무리 이에 대한 취지가 좋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맘은 서로에 대한 불신이 가장 밑바닥에 자리잡고 있는 것일 것이다. 또 만에 하나 혼전검사에서 이상소견이 있다는 것을 서로가 알았다면 과연 행복한 결혼생활이 될 수 있을까?
배우자가 될 사람이 성병에 걸렸다든지, 아니면 평생 관리해야 될 병이 있다든지 한다면, 정상적인 사람으로서 이것을 감수하고 넘어갈 사람은 글쎄.....

언제부터인가 신혼 혼수품으로 혼전 건강검진표를 요구한다는 현실이 나는 서글프기만 하다.

Posted by 두빵
2009. 7. 24. 15:35

요로결석을 치료하다 보면 간혹 요로결석 증세와 비슷한데, 좀 이상한 환자들을 만나게 된다.


몇달전에 한 환자는 40대 중년의 남성분이었는데, 왼쪽 옆구리가 아프다고 오셨다.
과가 과이니만큼, 의례이 요로결석이겠거니....하면서 검사를 했는데, 소변검사와 조영제를 투여하여 신장및 요관을 검사하였다.
잉? 정상이 아닌가?
순간 아차...싶은 생각이 들어 상체의 옷을 다 벗어보라고 했다.
음...짐작했던 병이었다.
옆구리 피부가 전체적으로 붉은 색으로 있으면서 군데 군데 물집이 잡혀있는것이 아닌가.....
"어....대상포진이네요....요로결석이 아니고..."
"아..이것때문에 아픈건가요?"
"네...디게 아파요...이게... 약을 한 1주 먹어야 할 것 같네요...."
"아...네...약먹으면 되는거지요? 감사합니다."
"......"

(특히 나이많은 환자에게서 보게 되는 대상포진 환자의 특징적인 병변, 출처 : 위키피디아)


며칠전 한 젊은 여성이 이번에는 오른쪽 아랫배가 아프다고 왔다.
1년전에 나에게 오른쪽 신장에서 방광으로 내려가는 길에 있는 요로결석으로 2번 체외충격파쇄석술을 시행했던 환자였다. 당시 오른쪽 신장에도 아주 작은 결석이 남아 있었고....

오른쪽 아랫배가 아프다고 하니, 당연히 이전에도 요로결석이 있었고 해서 결석으로 인한 증세로 생각했었다. 이번에는 통증과 함께 구역질, 구토등이 있었고, 난 속으로
'이번에는 굉장히 꽉 막혔는가 보네.......'
라면서 이번에도 소변검사, 조영제 투여후 신장 및 요관 사진을 찍고 나서 보니 정상이 아닌가?
이전에 보이던 오른쪽 신장의 아주 작은 결석은 그대로 있는 상태였다.
또 순간 아차...싶어서 배를 한번 보자고 했다.
배를 꾹꾹 눌러보니 쩝....맹장염....아니 충수돌기가 있는 쪽에 누르니까 좀 아프다고 한다.
 "어...이거 충수돌기염같은데요.....요로결석이 아니고...."
"충수돌기염이 뭔데요?"
"아....일반인들은 맹장염으로 부르기도 하지요....수술해야 될 것 같습니다."
"맹장염요? 여기서 수술 되나요?"
"음..여기는 비뇨기과구.....응급실 가셔서 빨리 수술 받으세요..."

(수술장에서 충수돌기를 꺼내는 장면.
Army retractor로 상처를 벌리고, Babcock clamp로 충수돌기를 잡고 있다.
출처 : 위키피디아)


3일 지나...오늘 갑자기 그 환자가 생각나서 전화했다.
"저번에 봤던 의사인데요....수술하셨나요?"
"아...네....병원에서 수술했습니다....감사합니다....."




쩝...
저번에 포스팅 했던 급성간염으로도 그렇고.....이번에 대상 포진과 함께 맹장염...아니 충수돌기염으로도 그렇고.....
비뇨기과가 아닌 다른 질환으로 감사하다는 이야기에....괜히 씁쓸한 느낌이 든다....
전문 비뇨기과 질환으로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할껀데......

Posted by 두빵
2009. 7. 23. 00:50

비뇨기과 진료이니 만큼 붕가붕가(?) 후에 간혹 성병이 있는지 궁금해서 찾아오는 분들이 간혹 있다. 성병이 있는지 확인해 달라는 것이다. 근데 성병이란 성관계로 인해서 전염이 될 수 있는 병을 말하는데, 이런 병은 한두가지가 아니라 좀 된다.

아주 옛날 처음으로 진료를 볼때 어떤 한분이 성병검사를 해달라고 했을때 좀 당황스러웠다.
'성관계때 전염이 될 수 있는 질환의 모든 검사를 해달라고?'
처음에는 체계가 잡히지 않고 중구난방으로 설명하고 하다가 이제는 나름대로 체계가 잡혔다. 이런 경우를 두고 아마 의사가 환자에게 배우는 것이지 않나 싶다.

요새같이 급성간염이 많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한마디 더 하기도 한다.
"급성간염도 넓게 보면 성병이에요. 성관계로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거든요.....^.^"

근데 간혹 콘돔을 사용하면 성병이 예방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글쎄 이런 분들에게는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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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latex 콘돔. 콘돔이 제대로 사용된다면 콘돔으로 가려지는 부분은 예방이 가능할 것 같은데...... 출처 : 위키피디아)


사실 지금까지 발표된 것에 따르면 콘돔으로 100% 예방되는 성병은 없다. 많이 낮추어 준다는 것이다.

성병의 대표적인 질환인 요도염이나 에이즈의 경우에는 그래도 콘돔을 사용해서 상당히 질환의 발생빈도를 낮출 수 있다. 요도염이나 에이즈의 경우에는 주로 요도나 질의 분비물로 전염이 되므로 콘돔이 이 분비물을 상당히 차단을 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콘돔을 잘 사용한다면 요도염은 100% 예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여간 지금까지 발표된 결과에 따르면 100%가 아니다.

그러나 한번 전염이 되면 상당기간 간다는 성기포진 (성기헤르페스)나 성기 곤지름(인유두종바이러스)의 경우에는 피부에서 피부로 전염이 되기 때문에 주로 콘돔이 보호하지 못하는 음경의 뿌리나 하복부쪽에 성상대방의 피부와 접촉하여 전염이 된다.
물론 콘돔을 사용하지 않으면 귀두나 성기 앞쪽에 이런 질환이 발생할 수도 있다.
매독도 비슷한 기전으로 피부로 접촉하여 전염이 되기 때문에 콘돔으로 예방하는 비율이 좀 떨어진다.

사면발이 또한 성기부분의 털에 주로 기생하기 때문에 당연히 콘돔이 커버를 하지 못한다.


그럼 성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좋은 방법은 성관계를 전혀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요새 시대에 이런 고리타분한 말이 먹혀들지 않을 것이다.
두번째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성병에서 안전한 성파트너 한명만 지속적으로 붕가붕가(?) 하는 방법이다.
근데 두번째 방법도 만족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간혹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여러명의 안전한 성파트너를 가진다는 것이다. (쩝....졌다!!!)
그게 가능한지는 모르지만, 그런 경우에 가장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은 그래도 콘돔을 지속적으로 꾸준히 사용하여 성병의 발생빈도를 낮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조하건데, 아직까지 콘돔이 100% 성병을 예방할 수는 없더라도, 지속적으로 그리고 꾸준히 사용한다면, 콘돔만큼 성병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단 성관계를 아예 안한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Posted by 두빵
2009. 7. 17. 15:32

며칠전에 참 황당한 기사가 있어 관심이 있었다.
폴란드의 한 10대가 호텔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다가 임신을 하였고, 이를 안 어머니가 호텔을 고소하였다는 것이다.

과연 이게 가능할까?
이것이 가능하려고 하면 수영장에서 남성이 정액을 뿌려 놓아야 하고, 정액의 정자가 수영장을 헤엄치고 다니다가 여성의 몸속으로 들어가서 난자와 만나 수정을 하여야 할 것 같다.

우선 수영장에서 남성이 정액을 뿌려놓을 수 있을까...... 그거는 의학적인 관점을 넘어서는 것이기 때문에 각자의 판단으로 돌린다.....

그럼 정자가 수영장의 물에서 자유롭게 헤엄치고 다니다가 여성의 몸속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우리몸은 항상 일정농도의 전해질로 구성되어 있다. 이렇게 전해질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우리몸에서 대사가 가능하고 생활이 가능하다. 이런 작용을 항상성(homeostasis)라고 한다. 우리몸의 정상 혈액 전해질 농도는 280~300mOsm/Kg이다. 정자도 마찬가지이다. 정자도 일정한 전해질 농도를 유지하고 있어야 살아있는 것이 된다.

자....그럼 이 정자가 물속에 있으면 어떻게 될까?
정자의 얇은 세포막을 중심으로 정자는 일정농도의 전해질이 유지되고 있으며, 물은 전해질이 거의 없거나 상당히 낮다. 그럼 삼투압현상이 작용하여 순수한 물이 정자로 삼투되어 들어온다. 따라서 정자가 풍선처럼 커질 것이다.

실제로 이런 정자 검사방법이 있는데, 전문용어로 Hypoosmotic swelling test라는 것이다. 즉 정상적인 정자는 농도가 낮은 액체에 넣으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가지고 정상 정자를 확인하여 불임시술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만일 물에 정자를 넣는다면 아래 그림에서 오른쪽으로 진행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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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농도가 낮은 물에 넣는다면 정자가 a에서부터 g까지 순서대로 변한다.)

이렇게 오른쪽으로 변하는데, 약 30분정도 지나면 약 90%정도의 정자가 g형태로 변한다. 주로 꼬리부분이 확장되는데, 저렇게 확장된다면 정자의 운동성은 매우 감소될 것이다. 또한 일정시간이 지나가면 다시 정상적인 농도로 바꾸어주더라도 바뀐 모양이 그대로 유진된다.

또한 정자꼬리의 운동성도 물에서는 매우 떨어지는데, 보통 약 2분정도 지나면 약간의 움직임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보통 1분정도에서 다시 정상적인 농도로 바꾸어준다면 약 80%의 운동성을 회복하지만, 그 이상 지나면 점점더 정자의 운동성이 떨어진다.


자...수영장에 정자가 있다고 치자.
그럼 정자가 g모양처럼 뚱뚱해져서 움직이지도 못한다.
그게 헤엄치고 있는 여성의 몸에 들어가서 과연 임신을 할까?

정상적인 성관계에서도 질내에 사정된 정자가 1억마리가 풀어져서 달리기를 하는데, 그중에 약 백마리만 난자가 있는 곳까지 도달한다. 정상적인 경우에도 그러는데, 하물며 수영장의 뚱뚱하고 움직이지도 못하는 정자가 글쎄......

누가 수영장에 정자를 뿌려놓을 수는 있어도, 그 정자가 여성의 몸에 들어가서 수정하는 것은 제로라고 할 순 없겠지만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 소송의 판결이 어떻게 될 것인지 참 궁금하다.


참고문헌 : Hossain AM, et al. Time course of hypo-osmotic swellings of human spermatozoa: evidence of ordered transition between swelling subtypes. Hum Reprod. 1998 Jun;13(6):1578-83

Posted by 두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