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14. 07:41

가을학회에 대한 초록 준비로 한동안 블로그를 하지 못할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다가 원하던 데이터가 안나와 상당히 우울한 날이다. 게다가 여성비뇨기과로 문을 여니 간혹 예기치 못한 환자들이 오는데, 그중 사후 피임약을 처방받기를 원하는 환자도 이중에 속한다.

오늘도 사후피임약을 원하는 젊은 여성환자가 물어보기를....
"사후피임약을 복용하면 괜찮죠?"

괜찮다는 말이 참 중의적으로 들린다. 임신이 안된다는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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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현대약품)                   

사실 우리나라에서 사후피임약으로 판매되고 있는 약이 노레보라는 약인데 원래 72시간 이내에 복용하도록 되어 있고, 한번 먹고 난뒤에 12시간 뒤에 다시 한번 더 먹는 형식이었다.
근데 이게 최근에 약이 바뀌어 '노레보원'이라는 약으로 바뀌었고 용량이 두배로 증가하여 72시간 내에 한번만 먹으면 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원래 미국에서는 Plan B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약인데, 이 약 이름을 처음에 들었을때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난다. 몇년전에 보았던 'Badboys 2'라는 영화에서 한 주인공이 계획이 틀어지자 임으로 plan B 를 외치곤 했던 기억이 있는 나로서는 'Plan B'가 약이라면 Plan A는 과연 무었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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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cause sometimes Plan A just totally fails
                                           (from jojo_1785 at flicker)

실제로 이 약을 가지고 연구한 것이 2002년도에 Lancet이라는 의학저널에 보고되었는데, 약을 12시간간격으로 2번 먹거나, 아니면 두배의 용량으로 한번 먹어도 임신이 된 환자는 각각 1.77%(24/1356), 1.47%(20/1356) 였다. (참고 1)

이것을 다시 실제로 임신이 되어야 하는데, 약을 먹고 임신이 되지 않을 확률을 계산하니

성관계후 3일이내에 약을 복용했을때는
        12시간 간격으로 2번 먹는 약은 - 79%
        2배의 용량으로 1번 먹는 약은 - 84%


성관계후 4-5일에 약을 복용했을때는
         12시간 간격으로 2번 먹는 약은 - 60%
         2배의 용량으로 1번 먹는 약은 - 63%
였다고 한다. (참고 1)

부작용은 보통 메스꺼움이나 구토등이 있는데 5.6%에서 발생된다고 하며, 2시간 이내에 구토를 했다면 약을 다시 먹어야 한다. 60%에서는 질 출혈도 일부 있다고 한다. (참고 2)

이 약의 금기는 WHO에서 정하기를 임신이 된 경우라는데, 임신이 되고 나서 이 약을 먹더라도 임신에 별 영향이 없고, 태아에도 별 영향이 없다고 한다.

앞서 이야기한 환자의 "괜찮죠?"라는 말은 글쎄...어디에 속할까....
임신이 안되겠죠라는 말일까.....
부작용이 없죠라는 말일까.....
혹 임신이 되더라도 태아에 별 영향이 없겠죠라는 말일까.....

물어보고 싶었는데, 진료실을 바삐 휙 나가는 바람에 궁금함만 남았다. 별칭으로 Morning after pill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왜 그 환자는 오후에 왔을까?



참고문헌 :
1. von Hertzen H, et al. Low dose mifepristone and two regimens of levonorgestrel for
emergency contraception: A WHO multicentre randomized trial. Lancet 2002;360:1803–1810
2. Task Force on Postovulatory Methods of Fertility Regulation. Randomized controlled trial of levonorgestrel versus the Yuzpe regimen of combined oral contraceptives for
emergency contraception. Lancet 1998;352: 428–433

Posted by 두빵
2009. 8. 7. 18:25

나는 원래 머리숯이 많아 좀 자라면 헝클어지고 해서 긴 머리를 잘 하지 못한다. 그리고 대충 대충 비누로 머리감아도 별 상관이 없고, 머리카락때문에 신경쓸 일이 없이 살았는데, 진료실에서 가끔 만나는 남성형 탈모 환자들은 그 머리카락때문에 무척 신경쓰는 것 보고, 머리카락에 대해서는 하나님께....그리고 부모님께 참 감사하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도 남성형 탈모로 환자 한분 오셨는데,
"탈모때문에 그러는데요.....혹시 아보다트인가...그거 처방받을 수 있나요?"
"잉? 보통은 프로페시아나 프로스카를 복용하시는데......요."
"아...오늘 보니 아보다트도 적응증이 된다고 해서요...."
"참...소식 빠르시네요...^.^"

어제부터인가 아보다트가 드디어 탈모에 대해서 적응증을 받았다는 뉴스를 봤었는데....워낙 기사가 많이 났었는지 이렇게 알고 오는 분들도 있다.

원래 남성형탈모에는 허가받은 약으로는 프로페시아이다.
남성형 탈모는 보험이 되지 않기 때문에 프로페시아 약이 아마도 약국마다 다 다르겠지만, 대충 보니 한달 약값이 보통 6만원 이상은 하는 것 같다.

근데 이 프로페시아는 원래 전립선비대증에 대한 약인 프로스카라는 약의 용량을 줄인 약인데, 원래 프로스카가 5mg 용량이지만, 프로페시아는 프로스카라는 약을 1mg으로 줄인 약이다.
프로스카는 보험약가가 한알에 1362원 한다. 따라서 약값에 부담을 느끼는 분들은 프로스카를 먹는 경우도 있긴 있다.

그럼 아보다트는 어떨까?
아보다트도 똑같이 전립선비대증에 쓰는 약인데, 프로스카약의 기전보다는 좀더 강력한 기전으로 작용을 한다. 따라서 탈모에도 프로스카약보다 더 효과가 좋을 것이라는 기대를 의사들은 했었다.

이번에 우리나라 식약청에 보고된 우리나라 사람들에 대한 결과를 보니, 남성형 탈모환자에서 아보다트를 매일 한알씩 6개월간 복용해보니 1cm2의 머리에 머리카락 수가 처음에 평균 148개에서 6개월 뒤에 162개로 증가함을 보였다고 한다. 복용하지 않은 군에서는 144개에서 149개밖에 증가되지 않았다고 한다.

따라서 전립선비대증에 복용하는 아보다트를 같은 용량으로 매일 복용하면 남성형 탈모도 예방되는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프로스카도 같은 결과를 보인다. 아보다트의 보험약가는 1330원으로 프로스카와 비슷한 약값을 보이고는 있다.

그럼 둘중에 누가 더 효과가 있을까?
아보다트와 프로스카를 6개월간 쓴 결과가 2006년도에 발표된 것이 있는데, 보면 아보다트 0.5mg 이상을 매일 복용한 환자가 프로스카 5mg을 매일 복용한 환자보다 효과가 더 좋다는 결과가 있다.

(참고문헌 2에 나오는 그림. dutasteride 0.5가 우리나라의 아보다트 약이고 FIN은 프로스카 5mg 약이다.)

즉 현재 아보다트는 0.5mg으로만 나오고 있고, 프로스카는 5mg으로만 나오고 있는데, 두개를 비교하면 역시 강력한 기전을 가진 아보다트가 좀 더 효과가 있다는 결과이다.

물론 한가지 연구결과로 판단하기는 힘들다.
앞으로도 더 많은 연구결과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아보다트와 프로스카 둘다 남성호르몬의 기전중의 일부를 차단하는 요법이므로 일부에서는 성기능 장애에 대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연구결과를 보면 감기 (nasopharyngitis)가 16%정도 발생했다고 한다.

따라서 반드시 의사의 진찰을 통해서 처방받아 약을 복용해야 할 것이다.


참고:
1.
http://www.gsk-clinicalstudyregister.com
2.  Olsen EA,  et al.  The importance of dual 5alpha-reductase inhibition in the treatment of male pattern hair loss: results of a randomized placebo-controlled study of dutasteride versus finasteride. J Am Acad Dermatol 2006;55:1014-1023


Posted by 두빵
2009. 8. 3. 02:28

비타민이 암의 치료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이 많이 있지만, 사람들이 여유가 되고 과용만 하지 않는다면 복용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오늘 한 요로결석 환자가 자기는 비타민을 먹고 있는데, 이것때문에 요로결석이 생겼는지 문의하였다. 가끔은 환자분들도 참 어려운 질문을 하여 날 가끔 당황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도 그런 경우였다.

사실 전공의 시절때 나 역시 막역하게 비타민이 몸에 좋은 것이겠지...하고 생각하고 있다가 비타민 C가 요로결석을 일으킬 수 있는 성분을 많이 만들 수 있다는 것에 참 많이 놀랐었다.

그렇다고 비타민 C를 많이 먹으면 요로결석이 더 많이 발생할까......?


                (비타민 C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오렌지와 로즈힙스, 출처 : 위키피디아)

우선 요로결석을 일으킬 수 있는 성분들이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중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칼슘(calcium)과 수산염(oxalate) 이다. 이 두가지가 요로결석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칼슘이야 미네랄이므로 우리가 먹는 것에서 얻어진다고 하지만, 수산염은 그럼 어떻게 만들어질까?

수산염은 일반적으로 20%는 우리가 먹는 음식에서 얻는 경우이지만 80%는 간에서 생성된다. 간에서 생성되는 80%중에 절반...즉 40%는 비타민 C에서 대사과정을 거쳐 얻어지는 것이고 나머지 40%는 글라이신(Glycine)이라는 물질에서 얻어진다.

자....당연히 그럼 비타민 C를 많이 먹으면 수산염이 증가한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겠다.
근데....그게 이론과 실제가 좀 달라서 정말로 그런지는 항상 실험을 해봐야 알 수가 있다.

실제로 사람에게 실험을 해보니 1~2gram 정도의 비타민 C를 복용하니, 소변에서 수산염이 20~33% 증가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참고 1) 근데, 이게 수산염이 증가된다고 항상 요로결석의 위험이 증가될것으로 생각하는 것도 좀 위험한 생각이다. 왜냐면 85,553명의 여성에게 비타민 C를 1.5gram 씩 14년간 복용하여도 요로결석의 발생빈도는 증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참고 2)

요새는 먹는 것으로는 체내의 비타민 C 농도를 그리 많이 올리지 못하기 때문에 주사로 고농도의 비타민 C를 주입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 이런 경우는 어떨까?

즉 우리가 비타민 C의 알약을 먹을때 장에서 흡수가 되어야 하는데, 이 흡수되는 속도의 최대한계가 정해져 있어서, 우리가 아무리 많이 비타민을 먹어도 체내 비타민 C 농도는 200umol/l정도밖에 안된다는 보고가 있다.(참고 3) 따라서 이 체내농도를 올리기 위해 주사로 직접 일정기간마다 주입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는 그럼 어떻게 될까?

최근에 나온 결과를 보면 1.5g/kg 의 비타민 C (60kg 몸무게이면 약 90gram)을 주사로 주입하더라도 소변에서 배출되는 수산염이 80mg 정도밖에 안된다고 한다. 즉 수산염의 배출이 유전적으로 증가되어 있는 환자들의 경우에도 소변으로 배출이 하루에 약 100mg이상이 되어야 요로결석이 생기는 결과를 볼때 이정도는 그리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고 한다. (참고 4)

자...그럼 결론을 내려보자.
지금 확실한 것은 비타민 C를 먹거나 주사로 주입하거나 하면 소변으로 수산염이 더 많이 배출되는 것은 결과가 확실하다. 그러나 수산염이 증가하여 실제로 요로결석의 빈도가 많아지는 것은 아직까지 근거가 부족하다.
그러나 비타민 C가 요로결석과 전혀 상관없다는 말은 아니므로 요로결석이 없는 사람의 경우에는 위와 같은 위험을 잘 알고 복용하여야 하며, 요로결석의 경험이 있는 환자의 경우에는 비타민 C를 과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참고 문헌
1. Traxer O, et al. Effect of ascorbic acid consumption on urinary stone risk factors. J Urol 2003;170:397-401.
2. ICurhan GC, et al. ntake of vitamins B6 and C and the risk of kidney stones in women. J Am Soc Nephrol 1999;10:840-845.
3. Padayatty SJ, et al. Vitamin C pharmacokinetics: implications for oral and Intravenous use. Ann Intern Med 2004;140:533-537.
4. Robitaille L, et al. Oxalic acid excretion after intravenous ascorbic acid administration. Metabolism 2009;58:263-269.


Posted by 두빵
2009. 7. 30. 16:18
어제날짜로 우리나라 식약청에서 먹는 조루치료제인 프릴리지가 허가가 났다고 한다.
안그래도 우리나라의 성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대부분의 대중매체에서 이를 기사화해서 더 많이 알려진 느낌이다.

오늘 아침부터 이에 대한 문의전화를 세통이나 받았다.
하나는 의대 선배인데....갑자기 전화와서 왈....
"야!~ 이번에 좋은 약이 나온다메?"
"혹시 조루약 말씀하시는거에요?"
"그래.... 그거 언제 나오냐?"
"흠..기사 보니 늦어도 9월 말에는 나올 것 같던데요..."
"이름이 뭔데?"
"프릴리지로 팔릴 것 같아요..."

그뒤에 비슷한 전화를 두통이나 더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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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에서 시판되고 있는 먹는 조루치료제인 프릴리지.
         출처 : 스페인 얀센 홈페이지)


제약회사 직원의 말로는 빠르면 8월 중순.... 늦으면 9월 중순이라고 말을 하는데, 기사화 된 것은 9월 말이라고 한다.

비공식적인 라인으로 들은 이야기인데, 1달전에 나왔던 주간동아에서 조루 치료제에 대한 기획기사를 발표한 적이 있는데, 이 주간동아가 다 팔려서 구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어제 식약청 승낙기사는 참 많은 언론에서 기사화 한 것 같다.

외국 저널 말고 우리나라 사람을 대상으로 한 데이타가 궁금해서 2007년도 비뇨기과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것을 찾아보니.....
사정시간이 약 1.04-1.07분인 조루환자가 이 약 30mg, 60mg을 각각 먹고는 3개월 뒤에 평균 3.85분, 4.23분으로 증가되었다고 한다. 부작용이 궁금해서 또 봤는데, 프릴리지 30mg 복용한 후에 약 33.3%, 60mg 에서는 49.7% 정도 이상반응이 있었고 복용을 중단한 경우로는 30mg을 복용했을때 현기증으로 284명중 2명이 있었고, 60mg을 복용한 279명에서는 메스꺼움이 9명, 현기증이 6명으로 복용을 중단하였다고 한다.

당시 임상실험때 들었던 말중에 하나는 .....
어떤 임상실험 환자는 이 약과 함께 비아그라를 같이 먹는 경우가 있었는데, 효과가 너무 좋아서 3일동안 붕가붕가(?)를 하는 바람에 힘들어서 죽겠다는 이야기까지 했었단다.....(정말일까?)

아까 그 선배와 전화를 하는 와중에 마지막에...왈....
"야...그거 비아그라랑 같이 먹으면 어떻게 되노?"
"........."

우리나라 사람이라서 그런지....생각하는것은 비슷한가...보다.


Posted by 두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