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18. 22:54

며칠전에 잠복고환으로 어린 아기를 진단해주고 큰병원에서 수술 잘 받으시라고 권유하고 보냈더만, 그 분이 다른 분을 소개시켜주시면서 같은 증세로 다른 아기가 오늘 와서 진료를 받았다. 보니 이 아기는 고환이 과잉으로 좀 움직이는 편이라 정상소견이라고 이야기 해주고 보냈는데, 오늘 온 엄마는 잔뜩 긴장하고 내가 어떻게 말하나......쳐다보다가 '정상입니다.' 한마디에 고맙다고 연신 인사를 하면서 웃으면서 돌아갔다.

어쩌다 오신 분들을 암진단하여 보내드릴때는 항상 진료실에 분위기가 무겁게 흐르곤 했었는데, 가끔은 '정상입니다'라는 말 한마디가 환자와 보호자를 기쁘게 할때는 나 역시 그날 하루가 즐겁게 느껴지곤 한다.

잠복고환은 다 아시다시피 고환이 제자리에 있지 못하고 딴데 있는 것을 말한다.
원래 모든 남자들이 엄마 배속에 있을때는 고환이 몸 허리에 있는 신장과 비슷한 위치에 있는데, 임신 말기때 고환이 슬금 슬금 밑으로 내려오다가 태어날때는 고환이 정상위치에 위치해 있다.

잠복고환을 치료하는 목적은 고환을 제위치에 위치시킴으로서 고환의 온도상승을 막아 조직학적 변성을 최소화하여 불임가능성을 예방하고, 잠복고환시에 잘 발생하는 고환암을 쉽게 발견하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

그런데, 고환고정술이 잠복고환의 고환암 발생을 예방할 수는 없을까?

이전에는 고환고정술이 잠복고환의 고환암 발생을 예방할 수는 없다는 것이 거의 정설이었다. 즉 고환암을 빨리 발견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지, 고환암을 예방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2007년에 이에 반대되는 새로운 결과들이 계속 발표되었다.
즉 고환고정술이 조기에 시행된다면 잠복고환의 고환암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첫번째 연구결과는 의료계에서도 굉장히 유명한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발표된 연구결과인데, 스웨덴에서 1965년부터 2000년도까지 잠복고환으로 수술받았던 16,983명의 환아를 대상으로 관찰하였다고 한다.
이중 56명에서 고환암이 발생하였는데, 13세 이전에 고환고정술을 시행한 경우는 상대적 고환암 위험도가 일반인들의 2.23배였는데, 13세 이후에 고환고정술을 시행한 경우는 고환암 위험도가 5.4배로 증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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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문헌 1에 나오는 그래프.
       보면 13세 이전에 고환고정술을 시행한 경우가 13세 이후에 시행한 경우보다 고환암발생률 그래프가 1964년부터 1999년까지 일관되게 낮음을 알수가 있다.)


두번째 연구결과는 지금까지 나온 연구결과를 종합한 것인데 지금까지 종합하여 보니 고환고정술을 10~11세 이전에 시행한 환자들보다 그 이후에 시행한 환자들에게서 고환암 발생이 약 5.8배 더잘 생겼다고 한다.

이에 따라 고환고정술이 서서히 고환암 예방에도 확실한 증거를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단순히 위의 결과에 따라 10세 까지 기다려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보통 보면 잠복고환의 경우 생후 18개월 전후로 해서 고환에 서서히 변형이 오기 시작하므로 보통은 생후 6개월이나 1년 사이에 시행하면 가장 좋은 것으로 현재 생각되고 있다.

참고 :
1. Pettersson A, et al. Age at surgery for undescended testis and risk of testicular cancer. N Engl J Med 2007;356:1835-41
2. Walsh TJ, et al. Prepubertal orchiopexy for cryptorchidism may be associated with lower risk of testicular cancer. J Urol 2007;178:1440-6

Posted by 두빵
2009. 3. 15. 07:54

구글이라는 회사가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나의 삶에 깊숙히 들어와 있다는 것을 가끔 느끼곤 한다. 인터넷이라는 세계에 언제부터인가 나름 네티즌이라고 참가하게 되면서부터 전문적인 검색에 대해서는 매번 구글을 사용하면서 정보를 찾곤 하는 나 자신을 문득 깨닳게 되었다.

몇년전에는 구글어스라는 새 서비스를 소개했는데, 놀랄만큼 자세한 위성사진으로 우리집옆을 지나가는 차 한대 한대가 다 보일정도의 해상력을 가진 사진에 가끔은 두려운 느낌이 들면서 전세계에 유명한 곳은 위성사진으로 어떻게 생겼나....하면서 방문하는 재미도 있었다. 우리세상에서 인터넷이 점점 더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되면서부터 어느덧 인터넷의 괴물이 되어버린 구글이 한때 세상을 호령했던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렇게 경계를 하면서 자신들이 세웠던 성역을 야금 야금 집어삼키는 것을 보면서 구글이라는 회사가 점점 더 두려운 맘을 가지게 된다.

블로그를 하면서부터도 매번 다른 블로그 글들에게서 떡하니 보이는 구글애드센스에 대해서도 보면, 온라인 광고시장에서 막강한 세력으로 현재 점점 더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이러한 구글이 올 2월달에 구글헬스(www.google.com/health)라는 서비스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한때 베일에 가려 있었으나 베타판으로 소개된 구글헬스를 보니 우선 첫 느낌은 단순한 온라인 의료기록이었다.

의사로서 이 구글헬스를 본 경험과 함께 이에 대한 비판도 곁들여본다.

구글헬스의 첫 화면은 다음과 같다.


맨위의 검색기능이 물론 있으면서, 아래에는 4가지 메뉴가 존재하는데,
1. 자신의 증상 입력기 (add to this google health profile)
2. 의료기관에서 의무기록 가져오기 (import medical records)
3. 온라인 건강서비스 지원 (explore online health services)
4. 상담의사 찾기 (find a doctor)

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자신의 증상 입력기부터 한번 보자.


위 사진은 증상 입력기화면을 보여주는 것인데, 정말로 많은 증상을 나열하면서 입력하도록 하고 있었다. 증상뿐만 아니라 복용하는 약물, 시술, 알레르기, 검사목록, 예방접종까지 정말로 방대한 내용을 열거하면서 기록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설명도 'more info'라는 것을 클릭하면 상당히 자세하게 설명하게 해준다. 우선 나름 상당히 자세하게 자기의 의료정보를 기록할 수 있도록 한것에 대해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는 싶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을 들자면,
상당히 많은 의료정보를 환자가 기록하도록 하였기 때문에 정말로 환자의 정확한 증상을 쓴 것인지 상당히 의문이다. 의사인 나의 입장에서도 위에 열거된 단어를 잘 모르는 경우가 꽤 되던데, 환자가 이에 대한 것을 정확하게 기록하는 것이 가능할까...싶다. 또한 자기가 무슨 시술을 받고, 무슨 검사를 받았는지, 이에 대한 정확한 기록도 환자가 직접 기록하는 것이 과연 정확할까?


두번째 서비스는 의료기관에서 의무기록을 가져오는 것이다.


위 사진에서 보면 여러 의료기관에서 자신의 기록을 가져올 수 있도록 서비스를 하고 있다. 과연 구글 명성답게 여러 의료기관의 기록을 바로 인터넷으로 전송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의료기관이 참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의사로서 이에 대한 반론은.....
우선 미국은 어떤지는 몰라도 우리나라의 병원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이 모두 각기 자기네들이 개발한 시스템을 주로 쓰고 있다. 즉 병원마다 저장되어 있는 데이터의 형식이 모두 다르다는 말이다. 물론 구글이라는 회사에서 나름 일정한 데이터 양식을 갖추어 서비스할수 있도록 기술을 전수하겠지만, 이에 대한 해결은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또한 이러한 병원의 개인의료기록이 인터넷으로 집결된다면 앞으로 보안상의 문제점이 상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모든 의료정보가 현재 의료보험공단으로 집중되고 있으며 현재도 보안상의 문제점이 간혹 드러나고 있으며, 우리나라 사적인 보험회사들이 이를 이용하기 위해 현재도 법을 개정하여 보험사기를 막는다는 취지로 이런 개인의료정보를 이용하려고 한다.
만일 구글헬스라는 사적인 회사에 이런 개인 정보들이 모드 집합된다면 어떠한 형태로든지간에 의료정보를 가공하여 일정부분 수익을 취할 것으로 생각되며 이런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다른 기관에서는 불법적인 해킹등을 통해서 보안을 뚫을려고 노력할 것이다.


세번째로 온라인 건강서비스 지원은 환자들이 필요로 하는 여러가지 건강서비스회사등을 모아놓은 것으로 각각의 아이콘을 클릭하면 자동적으로 그 서비스하는 회사로 바로 연결되도록 해준다.

네번째는 상담의사를 찾는 것인데, 아래 예와 같이 무슨 지역에 무슨 과 의사를 검색하면 여기에 해당되는 모든 의사가 검색되고 이에 대한 메일주소등도 모두 나오는 형식이다.



이밖에도 한가지 더 특징적인 것은 다른 사람에게 아래 사진처럼 이메일을 보냄으로서 자신의 의료기록을 공유할 수 있도록 초대하는 기능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기능이 유용하게 쓰일려면 나이가 많으신 어른을 모시고 사는 경우 자식들이 병원이나 환자에게 직접 물어보는 수고 없이 인터넷 접속만으로 모든 기록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의사의 입장에서도 다른 병원의 자세한 의료기록을 볼 수 있으므로 더 나은 치료를 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문제점도 상당한데, 만일 자식이외에 다른 사람이 이러한 이메일을 해킹하여 환자의 의료기록을 앎으로서 각종 불이익을 받을 수가 있다. 그리고 자신의 의료기록을 이렇게 공유하는 것이 과연 우리나라 의료법을 피해갈 수 있을지, 사뭇 의문이 든다.


물론 한곳에 모아둠으로서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가 이용할 수 있고, 환자도 더 잘 치료받을 수 있으며, 자식들에게도 이런 의료기록을 직접 봄으로서 더 안심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은 맞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거대회사인 구글이 이런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서 과연 보안상으로 문제점이 전혀 없을까....또한 이런 정보를 가공하여 상업적으로 이용하지는 않을까.....해킹등의 문제점은 전혀 없을까....온라인으로 연결된 의료기관은 정말로 안전할까....
지금도 구글애드센스로 광고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런 정보를 독점함으로서 의료시장의 광고도 독점하는 폐단이 있지 않을까?

지금도 개인정보 노출이 싫어 지하철을 탈때도 교통카드가 겸용되는 신용카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종이 승차권으로 사거나 그냥 T-money 카드로 긁고 있는 나에게는 구글이라는 회사가 앞으로 두려운 존재로 계속 생각된다.

Posted by 두빵
2009. 3. 14. 09:12

간혹 에이즈라는 이야기를 들을때면 이전에 내가 재수할때 다녔던 종로학원의 생물선생님 생각이 난다. 그 생물선생님은 수업의 대부분 시간을 625 전쟁당시 피난가면서 한강을 어렵게 건넜던 이야기로 보냈던 분이셨다. 그러면서도 간혹 코메디 뺨치는 어록등을 가끔 말하면서 웃기곤 했는데, 지금도 기억나는 것중의 하나는 '에이즈' 에 대한 것이었다. 칠판에 'AIDS'라고 적어놓고는 이것의 뜻을 '아(A)! 인제(I) 다(D) 살았다(S)'라고 하는 순간, 한동안 웃는다고 난리가 났다.

요  며칠사이에 에이즈에 걸렸다는 제천의 택시기사의 무차별 성관계때문에 뉴스에 연일 방송되었다. 또한 에이즈 전염에 대해서 현재 말들이 많은 모양이다. 다행히 뉴스에 의하면 그 택시기사가 잘 치료하고 있었기 때문에 에이즈 바이러스의 역가가 낮아서 전염이 거의 없을 것이다....라는 것이다.

일부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정상적인 사람이 에이즈환자와 성관계 한번 해도 약 1%미만에서만 에이즈가 전염된다고 말이다. 이 이야기의 근본은 1997년 world bank에서 발표한 것에 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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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문헌 1에 나오는 1997년 world bank의 자료)


위 표를 보면 정상적인 성관계에서 여자가 남자에게 에이즈를 전염시킬 확률은 0.1% 이내, 남자가 여자에게 에이즈를 전염시킬 확률은 0.1~0.2%로 언급하였다. 남자대 남자의 항문성교에서는 좀 높아서 3%까지 증가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올해 2009년도에 지금까지 에이즈역학내용으로 발표된 대부분의 연구결과를 다시 조사해서 나온 결과가 하나 있다. 아래 내용은 한번의 성관계로 일어날 수 있는 확률이다. (per sexual act)

그 조사에 따르면 소득수준이 높은 나라에서는 한번의 성관계로 여자가 남자에게 에이즈를 전염시킬 확률은 0.04%이며, 남자가 여자에게 전염시킬 확률은 0.08%였다. 그러나 소득수준이 낮은 나라에서는 한번의 성관계로 여자가 남자에게 전염시킬 확률이 0.38%이고, 남자가 여자에게 전염시킬 확률이 0.30%로 좀 더 높았다고 한다.

또한 한번의 항문성교로 에이즈가 전염될 확률은 1.7%라고 한다. 기간에 따라서는 무증상의 에이즈환자보다 초기나 후기 에이즈감염시에 각각 9.2배, 7.3배 더 잘 전염이 된다고 한다. 특히 접촉부위에 궤양등의 상처가 있는 사람에게는 5.3배 더 잘 전염되며, 포경수술을 하지 않은 사람은 2배더 잘 전염된다고 한다.  

위에 언급된 제천의 택시기사의 경우에는 물론 질병관리본부 말처럼 잘 조절되었던 환자이고, 정상적인 성관계시 전염될 수 있는 확률을 고려하면 언론에서 떠들정도는 아닌,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이 더 높을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에이즈란 무서운 병이고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가능한 모든 경우의 사람들을 조사해야만 많은 사람들이 고민을 하지 않게 될 것이다.

덧글) 원래 정확하게 말하고자 하면 HIV 가 한번의 성관계로 전염이 되는가일것입니다. 그러나 보통 HIV라고 이야기하기 보다는 에이즈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을 것 같아 에이즈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원래 의미는 HIV 전염입니다.

참고 :
1. 박기호. 에이즈에 대해 거들떠 보기. 대한의사협회지 2005년 11월호
2. Boily MC, et al. Heterosexual risk of HIV-1 infection per sexual act: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observational studies. Lancet Infect Dis 2009;9:118-29.

Posted by 두빵
2009. 3. 10. 12:11

책을 쓰기로 맘먹으면서 한달간 고생을 하다가......
어느순간 완성이 되어 이제서야 출판을 하게 되었습니다.

같이 계시는 선생님과 분야를 나누어 같이 계시는 선생님은 전립선에 대한 이야기를 쓰셨고, 저는 요실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외 여성질환에 대해서 다 다루고자 하였습니다.

기존의 책들은 다 병원에 대한 이야기등을 쓰면서 일반인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킬만한 과장된 제목과 글을 쓰는 것에 대해서 약간은 불만이었는데, 환자들에게서 자주 들으면서 뭐를 궁금해 할까...하는 것들을 목차로 삼아서 글을 쓴것에 이제서야 완성이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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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책을 쓴다는 것이 처음에는 간단한줄 알았는데, 조그만 책 하나 내는 것도 참 힘들더군요. 자신은 정확하게 썼다고 하는데, 오타등이 그렇게 많이 생기고, 의사로서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쓴다고 했는데, 출판사에서 이것저것 너무 어렵다고 더 쉽게 쓰는 것을 원하고.....

의사가 설명하면서 이정도 쉽게 하면 되겠지라고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었나....라고 다시금 생각하게 된 계기도 같이 되었습니다.

단순히 요실금 뿐만 아니라 과민성방광, 여성생식기염증, 여성의 성기능까지 모두 아우르다 보니.....어떻게 보면 별 특징없는 책으로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실제적으로 환자기 직접적으로 궁금한 내용을 올바르게....그리고 쉽게 쓸려고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은 아는 지인에게만 책을 선물하는 정도이지만, 좀 있다가 서점등에도 구입할 기회는 될 것 같습니다. (아마 자극적인 제목도 아니고 훌륭한 내용도 아니기 때문에 베스트셀러는 안되겠지요...^.^)

Posted by 두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