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10. 11:56

몇달전이었던가....
한때 좀 인기를 끌었던 모회사의 음료광고가 있었다. 젊은 여성환자가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을 붙잡기 위해 발을 들이댔는데, 문이 열리면서 보니 남자의 급소를 건드리는 시나리오였다. 광고라서 별 상관이 없겠지만, 그렇게 차이면 그 남자는 얼마나 아플까....라는 생각이 간혹 들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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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진료현장에서는 싸워서 고환을 다쳐 오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이전에도 몇번 있었지만, 최근에 한 어린이가 책상 모서리에 하복부을 부딪힌 후에 갑자기 시작된 고환통증으로 내원하였다. 처음에 그냥 봤을때는 부딪힌 충격으로 고환이 파열되었겠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진찰을 하였다.

애가 약간 살이 있으면서 아파서 몸에 힘을 주어서 그런지 고환을 잡기가 좀 힘들었는데, 고환을 잡다 보니 오른쪽 고환이 다른쪽보다 몇배로 커져 있는 것이 아닌가?
흠.....이거...약간 심각하겠네.....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고환초음파를 다시 한번 검사했는데, 다행히 고환은 괜찮았다. 근데 초음파로 보니 부고환에 염증이 무척 심해서 아이가 그렇게 아파하는 것이었다. 아마도 다친것과는 별개로 우연히 같은 시점에 부고환염이 생긴 것으로 생각하였다. 우선은 약물요법으로 치료를 하자고 하면서 항생제 약물치료를 시작한 뒤에 매일 오라고 한뒤에 관찰하였다.

의사의 입장에서 고환이 아파서 오는 사람들....특히 아이들의 경우에는 상당히 긴장하곤 한다. 이것이 응급으로 수술을 해야 하는 병인지, 아니면 약물요법으로 치료하면 되는지 항상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이다.

고환이 아픈 경우에 보면 항상 두가지를 감별해야 하는데, 고환염전인지 고환염이나 부고환염인지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 또한 위경우에 다쳐서 오는 경우라면 고환파열도 같이 감별해야 한다.

고환염전은 쉽게 말해 고환을 공급하는 혈관이 꼬이는 병으로 꼬이게 되면 피가 통하지 않기 때문에 4시간이 지나가면 고환의 기능이 회복하는 것이 어렵다.  따라서 약 아프고 난 뒤 약 수시간 이내에 바로 수술을 들어가야 한다. 오직 수술로만 혈관 꼬인것을 풀어줄수가 있기 때문에 이때는 시간싸움이 된다. 마찬가지로 고환파열의 경우에서도 가급적 빨리 수술을 해서 봉합을 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고환염이나 부고환염의 경우에는 항생제 약물치료를 몇주간 시행하면 대부분 다 호전된다.


따라서 비뇨기과의사들은 고환이 아프다고 하면 항상 위의 질환들을 감별해야 하는데, 임상적으로는 감별하기가 무척 힘들다. 단순히 검사만 시행해서 100% 확인하는 것이 어렵고, 오랜 경험과 순간적인 판단력과 직관등이 종합해서 결정해야 하며 잘 모르겠으면 수술을 통해서 확인해야 한다.

위 아이도 며칠간 계속 봐왔는데, 2일간은 아이가 더 아파해서 사실 속으로는 수술을 해서 한번 봐야 되나....라고 고민을 무척 많이 했었다. 2일간은 고환크기가 변화없이 지속적으로 더 아파했었기 때문에 혹시 고환염전이면 어떻게 하나....라고 밤잠을 설쳤었다. 다행히 2일후부터는 순간적으로 통증이 없어지면서 크기도 정상적으로 호전되어 갔다.

고환이 갑자기 아프다면...특히 아이들의 경우..... 지체말고 바로 병원에 뛰어가기 바란다. 밤중이라서 문연데가 없다면....바로 응급실로 직행해야 한다.

Posted by 두빵
2009. 3. 4. 17:12

며칠전 진료실에 왔던 북한 탈북자가 잠복매독으로 내원하였다. 당시 매독에 대해서 이것 저것 설명하고 주사 맞읍시다.....라고 했는데, 이 환자가 왈....
"이런 병은 북한에는 없습네다. 남한에서는 특별한 일도 없었는데, 남한만 있는 것입네까?"

오잉? 글쎄.....그럴리가.....
북한의 자세한 상황은 잘몰라도 매독이 없는 나라는 없을껀데.....하면서 별 대답을 하지 못했다. 북한의 정확한 통계를 이용할 수 없으므로 상황이 어떤지 알기가 힘들것이다.

그러나 1950년 당시 중국의 상황을 보면 중국이라는 나라에서 매독이 굉장히 많았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연구에 의하면 매춘부의 84%, 대도시 전체 인구의 약 5%가 매독으로 고생하였다는 보고를 보면 당시 중국에서는 매독이 상당한 문제가 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북한도 매독에 대해서 안전지대일까?......라는 의문이 들기는 한다.

1950년도의 당시 중국에 만연했던 매독을 거의 완치단계까지 없앤 이가 그 유명한 마오쩌뚱이다. 마오쩌뚱은 성병 예방 캠페인을 발달시켜 노력했던 결과, 1960년대에는 중국의 매독을 거의 박멸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서방세계에 닫혀있던 중국에서 개방화의 물결이 일어나고, 매독을 거의 박멸하였다는 정부의 자만심에 느슨해진 단속결과에 매독이 최근 다시 재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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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문헌에 나오는 중국의 연도별 매독 유병율.
   보면 199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다.)


그래프에서도 보듯이 1980년대 중국은 매독이 거의 없다시피 하였다. 그러나 1990년도에 들어서면서 서서히 매독에 대한 유병율이 증가하기 시작하여 2005년도에는 1차와 2차매독의 유병율이 10만명당 5.13명까지 올라갔다. 신생아 매독의 경우에는 2000년도에 들어서면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2005년도의 기록을 보면 중국내에서 상하이가 가장 높은 매독 유병율을 보였는데, 10만명당 55.3명이었으며, 중국 동부의 저장에서 10만명당 35.9명이고, 푸젠성에서는 10만명당 26.8명이었다. 베이찡도 10만명당 24.9명으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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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문헌에 나오는 중국 지역별 매독 유병율.
    보면 베이찡, 상하이, 저장, 푸젱, 광시등에서 매독의 유병율이 높다 (짙은 파란색으로 칠해진 곳))


위의 기록은 공식적으로 보고된 기록을 추산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신고되지 않고 만연하는 매독의 유병율은 아마도 훨씬 더 높을 것이다. 최근 기사를 보면 중국에서 성병이나 매독뿐만 아니라 에이즈도 감염사망율의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점으로 최근 중국당국도 이에 대한 대책을 계속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진료실에서의 느낌으로도 중국에 다녀오신 분들에게 매독증세를 호소하는 분들이 좀 있었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는 성관계를 원천적으로 하지 말아야 하겠지만, 피치 못한 사정으로 어쩔 수 없는 경우라면 콘돔을 반드시 착용하도록 하자. 그리고 반드시 추후에 매독과 에이즈에 대한 피검사를 통해서 확인을 하여야 할 것 이다.

참고:
Zhi-Qiang Chen et al. Syphilis in China: results of a national surveillance programme. Lancet 2007;369:132-138

Posted by 두빵
2009. 3. 2. 09:49

나이가 들면 밤에 잠이 없어지고 조그만 소리에도 잘 깨며 화장실에 자주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진료실에서도 야간에 소변을 자주 본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는데, 이중의 대부분은 혹시 전립선비대증이나 과민성방광증세이지 않을까 해서 오는 사람들이다.
물론 일정부분 전립선비대증이나 과민성방광증세때문에 그럴 수 있다. 그리고 그런 환자들도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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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heleneisner at Flickr

나이가 드신 분들에게서 가장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는 배뇨증세 중의 하나는 야간뇨인데, 이는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서 그럴 것이다. 야간뇨라는 질환이 참 어려운 질환이고,이전에는 비뇨기과에서 야간뇨에 대해서 그리 관심을 받지 못하였지만, 최근 삶의 질을 중시하는 현대사회 분위기에 편승하여 그 기전에 대해서 서서히 밝혀지고 있는 중이다.

과연 연세가 있으신 분들에게 밤에 소변이 자주 마려워 깨시는 분들이 대부분 전립선비대증이나 과민성방광증세일까?

우선 야간뇨라는 정의는 반드시 자다가 소변을 보기 위해서 깨는 것을 말한다. 자기전에 소변 보는 것, 그리고 소변보고 이후 자지 않고 일어나서 활동하는 것(새벽이나 아침) 등은 야간뇨라고 하지 않는다. 자기 직전에 소변을 자주 보러가는 것도 야간뇨라고 하지 않는것이다.
또한 몇년전까지는 밤에 자다가 한번정도 소변을 보기 위해 깨는 것은 정상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 한번도 이상소견으로 생각하고 있다.

최근 야간뇨를 가지고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정상인들과 비교했을때 체내에서 어떤 변화가 있는지 피검사등을 해서 확인한 연구가 있었다.

연구결과를 보면 야간뇨를 가지고 있는 노인에게서
1. 야간에 멜라토닌 수치가 낮고,
2. 야간에 카테콜라민 수치는 증가하였고 (다른 말로 하면 교감신경계가 더 활성화되었다.),
3. 주간과 야간의 이뇨호르몬(natriureteric peptide) 수치가 증가하였고,
4. 혈압이 높았으며,
5. 주간과 야간의 소변삼투압이 낮았으며 (소변이 농축이 안되었다는 말),
6. 전체 소변량은 증가하였고,
7. 자기전의 부종지수가 증가하였다.

즉 요약하면....
교감신경계의 증가와 함께 과잉의 물의 흡수로 인한 고혈압으로 야간에 소변량이 증가하고,
교감신경계의 증가와 함께 멜라토닌의 감소로 인한 수면이상으로 야간의 방광용적이 감소하여 야간뇨가 일어난다는 말이다. ( 좀 어렵다...-.-)

좀 알기 쉽게 풀어 쓰자면....(사실 일반인은 이부분만 봐도 된다...)
나이가 들면서 우리몸 내부에서 몸의 탄력이 감소함에 따라 다리나 그외 다른 부분이 붓게 되고 이것을 예방하기 위해 교감신경계가 증가하고, 물을 좀 더 섭취하게 된다.
야간에 잘때는 몸이 수평으로 누워있으므로 다리등의 붓는 부분이 다시 신장으로 들어와 소변량이 많아진다.
그리고 멜라토닌은 사람의 수면유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나이가 들면 멜라토닌 수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수면장애가 일어난다.

결론적으로 나이가 들면서 수면장애가 있고, 교감신경계가 증가로 인한 방광의 기능적인 용적이 작아진 반면, 밤에 소변이 늘어나므로 밤에 반드시 깨서 소변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나이가 들면 다 그런것이다라고 생각하면 좀 곤란하다. .그리고 이런 기전은 약으로도 호전시킬 수 있으므로 야간뇨가 있으면 약물치료를 받는 것이 좋겠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전립선비대증이나 과민성방광증세로 인해서도 발생가능하기 때문에, 정확한 것은 반드시 의사의 진료를 통해서 확인해야 할 것이다.

참고 :
Sugaya K, et al. Biochemical and body composition analysis of nocturia in the elderly. Neurourol. Urodynam. 2008;27:205-211

Posted by 두빵
2009. 2. 2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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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소식에 한동안 분열되었던 우리나라가 조금씩 뭉치고 있는 것 같다. 생전에도 그랬지만, 선종후에도 우리나라에 끼치는 영향을 보니, 과연 큰 어른이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긴 하지만 실천은 어려운..."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를 몸소 실천하신 분이었기에 그 간단한 말이 더 어렵게 다가온다.

또한 기계호흡에도 의지하지 않으시고, 선종하시면서도 각막이식을 하시면서 우리사회에 존엄사에 대한 이미지도 변경하고, 장기이식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 또한 고무시키는 그 큰 어르신의 실천에 타종교를 가진 나역시 숙연한 맘을 가지게 된다.

(사진출처 : 다음)

물론 이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존경해야 할 만한 분들이 또 있다. 바로 살아서 장기기증을 하는 분들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남에게 신장이식을 하는 것이다.

대학병원에 있을때 수많은 생체 신장이식하는 분들을 많이 봐왔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중의 하나는 어떤 아들이 투석중이었는데, 그 아버지의 회사사장이 신장을 공여 하는 경우였다. 자기 가족에게 신장을 공여 하는 것도 어려운데, 생판 모르는 남에게 신장을 주다니....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이때 방송국에서도 난리였다.

또 기억나는 한 경우는 신장을 공여하는 사람이 시누이였다. 당시 교수님께서 "관계가 어떻게 돼?" 라고 할때 "네...시누이입니다."라고 하니 교수님 왈......"지금까지 많은 신장공여를 보아왔는데, 시누이는 정말 첨이다........."

사후 장기기증은 가족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정작 기증하는 본인에게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긴 하지만, 신장기증은 살아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를 포함하여 상당히 두려운 맘이 있을 것이다.
 "신장 하나로 살다가 나중에 뭔일 있으면 어떻게 하지?...."

이에 대한 연구가 있다.
하나는 서양인에 대한 연구인데, 스웨덴의 스톡홀롬에서 신장공여를 한 430명을 20년 이상동안 관찰하였는데, 일반인의 기대 생존률이 66%인데, 신장공여를 한 사람들은 85%가 생존해 있었으며, 사망 이유도 일반인들과 유사하였다고 한다. 단 신장공여후에 20년이 지난뒤에 1/3에서 고혈압이 있었다고 한다. 나이에 따른 신장기능의 감소는 일반인들과 비슷하였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신장공여를 하더라도 고혈압외에 일반인들과 특별히 다를 것이 없었으며 (이 고혈압도 서로 비교는 하지 못했지만, 일반인들과 비슷한 유병율을 보였을 것으로 저자들은 추측하고 있다.) 오히려 신장공여를 하는 사람들이 원래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에 일반인들보다 더 오래 사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있는데, 1970년부터 2006년까지 교토에서 시행된 601명의 신장공여자를 조사하여, 20년이상 생존할 확률이 86.4%였으며 이 수치는 일반인들보다 더 나은 수치였으며 사망원인도 일반인들과 비슷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결과를 알고 있더라도 사실 신장기증은 나를 포함하여 일반인들에게는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신장기증자에 대해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보답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사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일이다.

최근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과 함께 각막기증으로 인해서 일반인들, 그리고 연예인들의 각막기증의사가 줄을 잇고 있다고 하긴 하지만,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 통계를 보면 실제의 각막기증은 별로 증가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장기기증에 대해서 좀 더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참고
1. Fehrman-Ekholm I, et al. Kidney donors live longer. Transplantation 1997;64:976-8
2. Okamoto M, et al. Short- and long-term donor outcomes after kidney donation: analysis of 601 cases over a 35-year period at Japanese single center. Transplantation. 2009;87:419-23.

Posted by 두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