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26. 00:39

이전에도 한번 블로그에서 말했지만, 비아그라라는 약이 등장했을때 굉장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발기부전에 대한 구구한 비뇨기과 진단방법을 비아그라 알약 하나가 일시에 다 바꿔버렸으니까....

올해로 비아그라 탄생 10주년이 되면서 신문기사에도 비아그라 소식들이 요새 회자되고 있는 것 같다. 그 와중에 자주 가는 바이오매니아님이 갑자기 숙제를 주는 바람에 잠시 기사를 읽고 있는 와중에 흥미로운 글이 있었다.

비아그라가 꽃도 시들지 않게 한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일반적으로 공해물질로 알려진 일산화질소 혹은 산화질소 (NO)는 우리몸 체내에서는 혈관을 확장시키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일산화질소 혹은 산화질소를 체내에서 증가시켜서 발기를 돕는 약이 비아그라이다.

1998년에 오스트레일리아와 이스라엘 연구자들이 과일이나 채소, 잘린 꽃에서 일산화질소(NO)의 농도가 희미해질수록 더 시들고, 외부에서 일산화질소 (NO)를 외부에서 공급해주면 시드는 시간을 늦츨 수 있다라는 것을 확인하였다. (참고 1)

여기에 착안하여 일산화질소(NO)를 증가시키는 비아그라를 이용하여 잘린 꽃이 좀 더 오래 가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하여 비아그라 1mg을 섞은 물에 딸기, 콩, 장미, 카네이션, 브로콜리 그외 말라죽기 쉬운 식물들을 담궈놓았더니 보통 시들기 시작하는 기간보다 1주일이나 더 생생하게 살아 있었다고 한다. (참고 2)

인터넷에서 한번 찾아보니 일반인이 직접 실험한 결과가 있어 잠시 소개를 한다. 이분은 진짜 정말로 그럴까...라는 실험을 주로 해서 인터넷에 올리는 분인것 같은데 마침 비아그라가 과연 꽃을 시들지 않게 하는지 실험한 것이 있었다.

4개의 꽃다발에 각각 500ml 물과 보드카 (보드카가 세균을 억제하여 시듬을 방지한다고 함.  500ml 물에 3ml 보드카 섞음.) 스프라이트 (스프라이트의 산성이 세균을 억제하여 시듬을 방지한다고 함. 340ml 물에 160ml 스프라이트 섞음.) 그리고 500ml 물에 10mg의 비아그라를 갈아서 녹인 물로 실험했다고 한다.

결론은 아래 사진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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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전의 꽃다발, 왼쪽부터 차례대로 그냥 물, 보드카, 비아그라, 스프라이트에 꽃다발을 담그었다고 한다. 출처 : http://www.myscienceproject.org/viagra-flower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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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째 되는 날에 보니 스프라이트에 담근 꽃다발은 시들어있고 비아그라가 가장 생생하게 살아 있으며, 그외 보드카도 어느정도 살아있다. 출처 : http://www.myscienceproject.org/viagra-flowers.html)

이분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

자 먼길을 돌아서 왔다.
결론을 내려보자.

비아그라는 우리 사람몸만 반듯하게 세울뿐만 아니라 꽃도 반듯하게 세운다.


<참고문헌>
1. Yaacov Y, et al. Evidence for the function of the free radical gas — nitric oxide (NO•) — as an endogenous maturation and senescence regulating factor in higher plants. Plant Physio. Biochem. 1998;36:825-833.
2. Siegel-Itzkovich J. Viagra makes flowers stand up straight. West J Med 1999 Nov-Dec;171(5-6):380

 
<참고사이트>
http://www.myscienceproject.org/viagra-flowers.html

<더 읽어볼 글>
2009/04/21 - 발기부전치료제가 무조건 발기를 일으킬까?
2008/10/25 - 비아그라는 만병통치약인가?


Posted by 두빵
2009. 9. 24. 17:27

가끔은 진료실에서 가슴을 쓸어내리는 일을 심심치 않게 겪게 되는데, 오늘도 대학병원에서 날라온 진료회신서를 보고 가슴이 철렁한 느낌을 받았다.

29세 젊은 남자인데 이전에 특별한 증세가 없고, 소변을 볼때 약간 따끔한 느낌이 있어 내원하였다.
'뭐....그냥 요도염이겠지.....'
하면서 소변검사를 했는데 소변검사에서 적혈구가 약 10개정도 관찰이 되었다.

"어...혈뇨가 있으시네요."
"혈뇨요?"
"아....소변에서 피가 보인다구요. 우선 검사를 해야 할 것 같아요."
하면서 복부사진(KUB)를 찍었는데, 요로결석같은 것은 없었다.

사실 29세에서 암을 생각하는 것은 좀 무리이긴 하지만, 이전에 한번 덴(?) 경험이 있어 소변으로 암세포검사(urine cytology)를 검사하였다.

1주뒤에 결과 확인해보니 'atypical cells' 이 있어 환자와 상의후에 이에 대한 검사를 큰병원에서 더 하기를 원해 전원하였다.

두달이 지난뒤에, 이 환자에 대해서 잊어버리고 있을 즈음에, 대학병원에서 진료회신서가 왔다.

그때 들어온 글자들.....
'Ig A nephropathy & rapidly progressive glomerulonephritis'

회신서를 보니 고혈압도 180/110mmHg, 신장 기능검사 (Creatinine) 도 12mg/dL 이상이었다. 신장기능검사에서 Ig A 신증 (nephropathy)가 확인되었고, 면역억제제 치료에도 반응이 없어서 신장투석을 시행중이라고 한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환자를 보고 있는데, 오늘 한 젊은 남성환자가 소변볼때 따끔하다고 한다. 역시 소변검사를 하고 보니....혈뇨가 보였다.
"어....소변에서 피가 보이네요...."
"아..네. 제가 IgA 신증이라서요. 그거 나온다고 하던데요."

쩝.....IgA 신증이라는 말이 갑자기 가슴속에서 크게 메아리친다.

"그래도 신장기능검사를....."
"아...그거 며칠전에 했는데 괜찮데요....그거 말고 이상소견 없죠...?"
"아네....네...."

이것을 보고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하던가......
Posted by 두빵
2009. 9. 21. 07:44

자주 방광염에 걸려서 오는 여성 환자가 몇명 있는데, 그중 한 환자가 최근에 크랜베리쥬스에 대해서 문의한적이 있었다.
"크랜베리쥬스를 먹으면 방광염에 도움이 되나요?"
"약간 도움이 되기도 하는데, 근데 약먹는 것이 더 좋죠."

실제로 크랜베리쥬스의 광고를 할때 요로감염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고 광고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 실제로 도움이 되는 경우가 어떤 경우일까?

우선 크랜베리는 우리나라에서는 꽤 생소하지만, 미국등에서는 포도처럼 잘 알려진 과일이다. 실제로 나역시 이 크랜베리를 직접 보지는 못했다. 이 크랜베리가 1962년도에 요로감염에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발표된 이후부터 크랜베리를 이용하여 요로감염을 치료 혹은 예방하고자 하는 연구결과들이 많이 발표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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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by colodio at flickr.com)

크랜베리가 그럼 어떤 기전으로 요로감염에 효과적으로 작용할까?
요로감염의 약 80% 이상은 보통 대장균때문에 발생하는데, 대장균이 방광이나 요관, 신장의 세포에 붙어 기어올라갈 수 있는 발 (정확하게 말하자면 type 1 fimbriae 혹은 P fimbriae) 을 가지고 있어 요로감염이 생긴다. 크랜베리쥬스를 먹으면 크랜베리쥬스 속에 있는 과당이나 여러 성분이 앞서 이야기한 대장균의 발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으로 현재 밝혀지고 있다. (참고 1)

그러나 위와 같은 이론과 실제로 적용하는 것은 다르다.
그럼 실제로 크랜베리쥬스를 먹으면 실제로 요로감염에 효과적일까?

지금까지 나온 연구결과를 모두 종합하여 나온 결론은 특별한 이상이 없는 젊은 여성의 요로감염의 빈도를 1년의 기간동안에 약 35%정도로 감소시켜 준다는 것이다. 현재 요로감염이 있거나,  남성이거나, 신장이나 방광에 해부학적이나 기능이상이 있는 여성이거나, 혹은 나이가 많은 여성의 경우에는 크랜베리쥬스를 먹어도 예방효과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참고 2,3)

 부작용은 어떨까? 자연식품이라서 부작용이 전혀 없을까?

실제로 많은 연구에서 보면 크랜베리쥬스를 지속적으로 먹음으로 인해서 많은 경우 속쓰림등을 호소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복용으로 과잉의 칼로리 섭취로 안한 비만 등을 호소하여 환자들중 약 절반정도가 크랜베리쥬스의 복용을 중단한다고 한다. (참고 1)

또한 아직까지 크랜베리쥬스를 하루에 어느정도 마셔야 하는지 정해진 양이 없고 (보통의 연구에서는 150ml에서 400ml까지 있으며 하루 약 300ml정도 복용하는 연구가 가장 많다.), 이에 대한 비용도 좀 든다. 인터넷으로 보니 크랜베리쥬스 3리터가 약 1만원정도 하는 것 같은데, 그럼 하루 300ml 복용한다고 하면 한달에 약 3만원정도로 계산된다.

특히 뇌경색이나 심장질환등으로 와파린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에게 크랜베리쥬스는 와파린의 기능을 더 강화시켜 비록 일시적이라고 하지만, 출혈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삼가하는 것이 좋겠다. (참고 4,5)

 

<참고문헌>
1. Cimolai N, et al. The cranberry and the urinary tract. Eur J Clin Microbiol Infect Dis 2007;26):767-776
2. Guay DR. Cranberry and urinary tract infections. Drugs 2009;69:775-807
3. Jepson RG, et al. Cranberries for preventing urinary tract infections. Cochrane Database Syst Rev 2008 Jan 23;(1):CD001321
4. Paeng CH, Interaction between warfarin and cranberry juice. Clin Ther 2007;29:1730-1735
5. Ansell J, et al. The absence of an interaction between warfarin and cranberry juice: a randomized, double-blind trial. J Clin Pharmacol 2009;49:824-830

Posted by 두빵
2009. 9. 14. 01:27

이전에도 포스팅을 한번 했지만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육상선수인 세메냐가 간성 혹은 양성자(intersex)로 밝혀져서 논란이 되는 것 같다. 종합해보면 남성호르몬이 일반 여성보다는 3배정도 많고 고환이 있으면서 자궁과 난소가 없다는 것.....

의사라면 이정도 힌트만 있으면 대부분 질병을 유추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가장 가능성이 있는 답은 안드로겐 불감 증후군 (androgen insensitivity syndrome or testicular feminization syndrome)이라는 것이다.

근데 그렇게 넘어가려고 하다가 며칠전 한 블로그 방문자가 안드로겐불감증후군은 완전 여성의 외모를 가지고 있는데, 세메냐는 거의 남성이라서 안드로겐 불감증후군이 아닐 가능성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었다. 뭐...사람에 따라서는 세메냐가 남성에 가까울 수도 있고, 여성에게 가까울 수도 있겠다. (^.^) 그래서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원래 이전에는 고환 여성화증후군(testicular feminization syndrome)이라고 불려졌었다. 즉 고환이 있으면서 외모가 완벽한 여자인 경우를 일컬었는데, 그 기전이 밝혀지면서 점차 이 용어는 잘 쓰지 않게 되고 최근에는 안드로겐 불감증후군 (androgen insensitivity syndrome)이라고 불리고 있다.

이런 환자의 유전자형은 원래 46 XY (좀더 정확하게 말해서는 46 XY, SRY+)로 유전자형으로는 남자이지만, Y(좀더 정확하게는 SRY)유전자가 고환까지 만들지만 고환에서 만들어진 남성호르몬에 우리몸에 작용하여 우리몸이 남성으로 변해야 하는데, 남성호르몬이 우리몸에 작용하지 못해서 우리몸은 여성으로 변하게 된 것이다.
(원래 우리몸은 남성호르몬이 작용하지 않으면 여성으로 되도록 방향이 정해져 있다.)

자 그럼 남성호르몬이 우리몸에 작용을 어느정도 하는지에 따라서......

                                  남성호르몬 작용정도
0%                                           50%                                          100%
<------------------------------------------------------------------->
여성                                         간성                                            남성

으로 외모가 변하게 된다.
따라서 남성호르몬이 전혀 작용하지 않으면 아무리 유전자가 남성이라고 하더라도 (XY, SRY+) 외모는 여성이고 (이때를 완전 안드로겐 불감증후군), 남성호르몬이 조금이라도 우리몸에 작용하여 우리몸의 일부를 남성형으로 만든다면 간성이 되는 것이다. (불완전 안드로겐 불감증후군)

아마도 세메냐는 추측건데 남성호르몬이 완전히 작용을 못하는게 아니라 일부 작용을 하기 때문에 저 그림에서 약간 남성쪽으로 기울여졌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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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가 똥배가 나온 것일까? 아니면 여자가 임신한 것일까?
                                                       출처 : by Kacnos at flickr.com)


그러나 인간의 성은 신체의 성뿐만 아니라 길러진 성도 무시를 하지 못한다. 길러진 성 이외에도 요새 음지에서 양지로 활동하는 트랜스젠더처럼 정상적인 사람으로 태어나더라도 성을 바꾸는 사람들도 있지 않은가....

세메냐는 자신이 남성이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안드로겐불감증후군이 발견되는 때가 보통 여자인데 사춘기가 지나더라도 생리를 하지 않아서 병원을 찾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운동선수이기 때문에 생리불순으로 넘어갔을 수 있다.

하여간 세메냐는 지금까지 길러진 성은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으로 계속 대우받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단 한가지 치료가 남아 있다. 몸속에 있는 고환은 나중에 암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제거를 해야만 할 것이다. (그외 자잘한 치료는 몇가지가 있지만 너무 깊게 들어가기 때문에 생략하기로 한다.) 물론 자궁이 없기 때문에 임신은 하지 못할 것이다.

세계육상협회에서 이에 대해 전문가의 입장을 다시 들어본다고 하므로 좀 더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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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두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