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4. 00:59

내가 석사공부를 할때 수업시간에 들은 가장 충격적인 이야기는 p53과 수명에 관한 이야기였다.

p53은 원래 암발생을 억제하는 유전자로 알려져 있는데, 보통 이 유전자에 이상이 발생하면 우리 몸에 다양한 암이 발생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p53이라는 유전자가 이상이 생기지 않게 강화하면 암발생이 억제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면서 동물실험을 했는데, p53이 강화될수록 암은 적게 발생하지만, 대신 놀랍게도 더 빨리 늙고 죽는다는 것이었다.
당시 급격히 노화되고 있는 쥐사진을 보았던 나는 굉장한 충격에 빠졌고 새삼스레 인생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게 되었다.

인생에 대한 의미가 참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성관계에 의미를 찾는 경우도 있다. 특히 60대 이상에서 성관계를 하고 싶은데 발기가 잘안되서 발기부전치료제때문에 찾아오시는 환자분들을 볼때 참 존경스런 맘이 든다. 그런 와중에 최근 법원에서 남성의 성기능 가능나이가 69세라고 판결한 것을 보면서 과연 어떤 기준을 근거로 69세라고 했을까....라는 궁금함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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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www.dtnews24.com)

과연 그럼 실제로 성관계를 할 수 있는 나이는 어느정도일까?
사실 사람마다 몸에 대한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딱 어느나이까지만 할 수있다라고 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어느연령대에서 어느정도 성관계를 가지냐에 대한 통계정도가 발표될 수 있는데, 미국에서 그 통계가 나온 적이 있다.

57세부터 85세까지의 남성과 여성 3005명 (1550명은 여자, 1455명은 남자) 을 설문조사했고, 성적으로 활발하다는 정의는 '최근 1년 이내에 성파트너와 성관계를 한번 이상 한 경우'로 정의하였다고 한다.
놀랍게도 75세에서 85세의 남성중 약 38.5%가 성적으로 활발하다고 했으며, 같은 연령의 여성은 16.7%가 성적으로 활발하다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75세부터 85세의 성적으로 활발한 노인의 54%가 한달에 2-3번정도 성관계를 한다고 하며 31%는 오랄섹스도 한다고 한다.
모든 남성들 중 14%에서는 성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약이나 건강식품을 복용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연구는 아니기때문에 우리나라에 적용하기는 무리일 수 있지만, 개인적인 경험으로 보자면 우리나라도 미국에 절대 뒤쳐지지 않는다.

인간의 평균수명이 언제까지 늘어날지는 모르지만, 앞서 이야기한 p53과 수명과의 관련성을 볼때 어느 기준 이상 늘어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고령화 사회에서 앞으로 노인의 성생활에 대해 좀 더 많은 관심이 있을 것이다.

참고 : Lindau ST, et al. A study of sexuality and health among older adults in the United States. N Engl J Med 2007;357(8):762-774



Posted by 두빵
2009. 8. 28. 01:07
최근에 비뇨기과 의사로서 참 흥미로운 소식이 하나 있었다. 우샤인 볼트를 배출한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18세 여성선수인 캐스터 세메냐가 800m 결승에서 우승하면서 남성일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생김새는 꼭 남성처럼 생겼긴 하지만, 글쎄....비뇨기과의사로서 생김새와 반대의 성염색체를 가진 환자를 그래도 가끔 봐왔기 때문에 어떻게 결론이 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스포츠에서 어떻게 성감별을 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여러 뉴스를 보니 아마도 성염색체 검사를 해서 판단하는 것 같다. 원래 고등학교때 배운 지식으로는 XX는 여성, XY는 남성이라고 일반적으로 알고 있다.

그럼 Y 염색체를 가지고 있으면 항상 남성일까?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우선 몇가지 지식이 필요하다.

첫번째로는 Sex와 Gender의 차이점이다.
우선 WHO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내용을 보자

"Sex" refers to the biological and physiological characteristics that define men and women.

"Gender" refers to the socially constructed roles, behaviors, activities, and attributes that a given society considers appropriate for men and women.

우리말로는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모르지만 Sex는 해부학적인 성을 의미하는 것이고, Gender는 사회적으로 길러진 성을 말하는 것이다. 좀 더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남성, 여성이라는 것은 Sex를 말하는 것이고, 남성다움, 여성다움은 Gender를 말하는 것이다.
주변에 보면 아마도 Sex와 Gender가 서로 반대인 사람들이 꽤 있을 것으로 안다.

그럼 이 해부학적인 성인 Sex는 어떻게 구분될까?

1950년대에 Y 염색체가 고환생성에 반드시 필요함을 확인하였으며, 이후 여러 염색체질환에서 Y 염색체가 남성을 구분짓는 것으로 인정이 되었다.
근데 분자생물학이 점차 발전하면서 Y 염색체중에서도 일부만 남성을 구분짓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1975년도에는 Y 염색체의 짧은 Arm인 (Yp) H-Y antigen을 거쳐 1990년에 Y 염색체중에서도 아주 일부분인 SRY(sex-determining region Y gene)라는 부분이 남성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TDF : testis-determining factor)

   ( Y 성염색체를 아주 간략하게 그린 그림. Y 의 short arm에 SRY 라는 유전자가 있다.
   출처 : The university of new south wales, embryology by Dr. Mark Hill)



즉 다시 말하자면 우리몸의 유전자에 SRY라는 유전자가 있어야만 엄마배속에서 우리몸이 고환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생기고  SRY가 고환을 만들어내면 고환에서 남성호르몬이 생성되어 우리몸 전체가 남성으로 바뀌는 것이다.
SRY 가 없다면 고환이 생성이 되지 않고, 이때는 바로 난소가 발달하면서 여성이 되는 것이다.

자 이제 첫번째 질문을 다시 보자.
Y 염색체를 가졌다고 항상 남성일까?

정답은 항상 그렇지는 않다이다.

즉 Y 염색체 내에 SRY라는 유전자가 있으면 남성이고, Y 염색체를 가지고 있더라도 SRY 유전자가 없으면 여성이다.
반대로 Y 염색체가 없더라도 SRY 유전자가 있으면 남성이다.

이전에 내가 대학병원에 있을때도 XX성염색체이면서 완전 남성인 경우를 한번 봤는데 이런 경우는 SRY라는 유전자가 있어서이다. 그럼 이 경우 SRY의 유전자는 어디 있을까? 대부분은 Y염색체의 SRY가  X 염색체로 이동된 경우이다.
 
이것을 이용하여 국제올림픽위원회는 1992년부터 SRY라는 유전자가 없어야 여성이라고 판정을 내렸고, 이것이 2000년 하계올림픽때 폐지가 되었다고 한다.

근데 왜 폐지가 되었을까?
미국의 의료단체에서 지속적인 문제제기가 있었는데, SRY로 성별을 판단하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고 불확실하다고 문제제기를 하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SRY를 가지고 있더라도 고환에서 생성된 남성호르몬이 우리몸에 반응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여성의 형태를 가지고 있고, 사회적으로 여성으로 길러지게 된다. 2006년 도하아시안 게임 여자 800m 경주에서 은메달리스트인 인도의 산티 순다라얀이 그런 경우로 안드로겐 불감증후군(Androgen insensitivity syndrome) 혹은 고환 여성화증후군 (testicular feminization syndrome)이 있는데, 당시 산티 순다라얀은 SRY를 가지고 있다는 것 때문에 메달을 박탈당했다고 한다.

캐스터 세메냐가 받는 성별검사도 추측건데 SRY 유전자가 있느냐를 검사하는 것 같다.

근데 생물학적인 성과 사회적으로 길러진 성 중에서 어떤 것을 더 중시해야 하는지 아직까지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SRY 유전자가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는 글쎄다.......좀 생각해봐야 되지 않을까?

<관련글>
2009/08/17 - 레이디가가는 여성일까? 남성일까?


출처 :
1. WHO 홈페이지
2. 위키피디아
3. 전공의때 배운 지식


Posted by 두빵
2009. 8. 27. 16:08
이전에 의과대학시절에 한 교수님께서 왈....
"이세상에서 의학이 가장 쉽지 않냐? 환자가 말하는 모든 증세가 책에 다 나오잖아? 책에 나오는 증세가 그대로 환자가 호소하는데 얼마나 편해?"
당시 너무 황당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해서 한동안 엄청나게 웃었지만, 시간이 꽤 지난 요새도 가끔 그 선생님 말씀을 되새길때가 있다.

병이라는 게 자기 자신이 괴로운 경우가 있는 반면에 주위를 힘들게 하는 병들도 많이 있는데, 비뇨기과에서 대표적으로 남을 괴롭히는 병은 아마도 '과민성방광'이지 않나 싶다. 얼마나 그게 심하면 논문으로 "또 다시 멈춰야 해? (we have to stop again?)" 이라는 논문까지 나올까.....여기에 나오는 예를 보니 이전에 교수님께서 하신 말....모든증세가 책에 다 나온다는 말이 떠오른다.

과민성방광이란 쉽게 말해서 자기자신의 방광이 매우 민감한 경우를 말한다. 즉 방광안에 소변이 조금밖에 차 있지 않은데도 계속 소변이 마려운 증세를 도저히 못참아서 자꾸 화장실에 가게 되고 심하면 화장실에 가기직전에 지리는 증세를 말한다. 물론 자기도 어떤 일을 해야 하는데, 계속 소변이 마려워 자꾸 화장실을 가게 되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다면 상당히 괴로울 것이다. 근데 또 한가지 고려해야 하는 것은 일상생활을 같이 지내는 주위사람들에 대한 피해도 생각을 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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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urce : at flicker.com by christian wind)

논문에 나오는 것을 몇가지 예를 들면

1. 영화를 끝까지 다 봤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영화가 보통 1시간 반에서 2시간정도 되는데, 영화 중간에 반드시 한번이나 두번정도는 화장실에 가야 하기 때문에 같이 간 사람도 영화에 집중되지 않아 불편하고, 자기자신도 영화를 보고 싶은 맘이 별로 없어진다고 한다.

2. 낯선곳을 갈때는 항상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 항상 확인을 한다고 한다. 가족이랑 여행을 갈때 항상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 확인을 해야 되기 때문에 예정된 시간보다 항상 더 걸려서 항상 가족들이 피곤하다고 한다.

3. 화장실에 가지 않고 성관계를 계속 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성관계 중간 중간에 계속 화장실을 가야 하기 때문에 남자가 항상 김빠지고 침대끝자락을 찢어야 한다고 한다. 중간에 화장실을 갔다 오면 맥이 빠져서 이전과 같은 기분이 나지 않아 성관계에도 문제가 있다고 한다.

4.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때도 항상 중간에 내려서 화장실을 한번내지 두번을 들려야 목적지까지 가기 때문에 원래 정해진 시간보다 항상 더 걸려서 목적지에 도착한다고 한다. 같이 가는 동반자는 물론 이것을 기다리다 보면 지치는 경우가 있다.

위의 예들은 진료실에서도 흔히 환자들에게 듣는 것중의 하나이다. 위의 비슷한 상황들이 반복되면 반복될 수록 주위 사람들을 더 피곤하게 하고 그러면서 사회생활에도 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전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던 것들도 사회가 발전하고 복잡하게 얽히면서 잠깐의 중단이나 쉼등이 남을 더 불편하게 하는 상황이 되면서 과민성방광 질환도 현대사회에서 더욱더 부각되는 것 같다.

잠깐의 멈춤도 허용하지 않는 바쁜 현대사회에서 화장실이 두개인 집의 개발은 정말이지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 가끔은 누가 개발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참고 : Coyne KS, et al. "Wh have to stop again?!": The impact of overactive bladder on family members. Neurourol Urodyn. 2009 Mar 19.

Posted by 두빵
2009. 8. 23. 03:55
가끔 진료를 하다 보면 만성전립선염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자기는 요도염등이 없었는데도 전립선염이 왜 발생하느냐고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최근에도 한 젊은 분이 절대 성관계를 한번도 하지 않았는데, 전립선염 증세가 왜 생기냐고 반문하는 경우가 있었다.
글쎄...그정도로 철저하신 분이시라면 아마도 그런 성격때문에 오히려 전립선염이 더 잘생길듯 하다.

개인적으로 전립선염을 간단히 완치시킬 수 있는 의사가 있다면 당연히 비뇨기과에서 노벨의학상감이라고 생각한다. 뭐 그보다 더 큰 업적을 이룬 분들도 노벨의학상을 받지 못했으니 과연 그럴까...라는 생각을 하지만, 사실 그정도로 전립선염을 치료하는게 굉장히 힘이 들긴 하다.

외국의 저명한 비뇨기과 교수인 Stamey라는 분이 계셨다. 그분이 말하기를 전립선염을 "임상적인 무식함의 쓰레기통" (a wastebasket of clinical ignorance)라고 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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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urce : by Random Factor at Flicker.com)


쓰레기통이라는 비유를 들을때마다 생각나는 것중의 하나는 내가 아마 중학교 2학년때였을 것이다. 당시 사회선생님께서 수업하러 교실에 들어오실때 우리반이 상당히 떠들고 있었다. 그때 사회선생님이 왜 그리 화나셨는지 모르지만, 우리들에게 한마디...
"이렇게 떠들어서 나중에 뭐가 되려느냐? 이러니까 외국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서 민주주의가 꽃피우는 것보다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기를 기대하는 것이 낫다라고 한다."

당시 어린맘에 그말이 굉장히 충격으로 다가왔지만, 생각해보면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지는 않는다. 쓰레기통이 아닌 곳에서 장미꽃이 피듯이 우리나라도 더이상 쓰레기통이 아니기 때문에 장미꽃이 자랐을 것이다.

잠시 말이 옆길로 샜는데....
전립선염이 쓰레기통이라고 이야기한 것은 아마도 그정도로 치료하는게 힘들어서 그럴 것이다. 많이 돌아와서...원래 문제를 보자.

과연 전립선염이 반드시 이전에 요도염 증세가 있어야 발생을 할까?
사실 전립선염 환자들을 조사해보면 많은 수에서 이전에 요도염 증세가 있었다고 말을 하고 있지만, 꼭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연구에서도 수백명을 조사했는데, 그중에 30%는 이전에 요도염 증세가 전혀 없이 전립선염이 발생하였다고 한다.(참고)

그럼 전립선염의 다른 원인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아직 잘 모른다. 여러 가설이 소개되고 계속 연구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의학이 발전하면서 전립선염에 대한 연구도 계속 이루어지면 조만간 전립선염이 쓰레기통이라는 누명을 점차 벗게 될 것이다.

참고 : 조인래 외. 만성전립선염과 요도염. 대한남성과학회지 1999;17:33-37
Posted by 두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