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24. 15:35

블로그에서나 이메일로 간혹 일반인이 상당히 전문적인 의학지식을 물어보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이중 답변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경우가 간혹 있다. 최근 누군가 물어본 보디빌더들의 남성호르몬 사용문제에 대해서도 남성호르몬 자체에 대해서는 비뇨기과 영역이므로 나름대로 잘 알고는 있으나, 보디빌더가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 때문에 답변하기가 까다로운 경우이다.

 

보디빌더들이 남성호르몬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학적인 면에서 보면 상당히 위험한 일에 속한다. 굳이 내가 나열하지 않더라도 젊은 사람이 남성호르몬을 복용하면서 발생될 수 있는 수많은 문제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하기로 하고, 궁금한 사람은 인터넷으로 찾아보면 많이 확인할 수 있다.)

 

보디빌더들이 사용하는 남성호르몬은 정확하게 이야기해서는 anabolic-andgrogenic steroid (AAS)라고 하는 것을 사용하는데, 쉽게 말해서 남성호르몬이 가지고 있는 남성화 작용을 최소한도로 축소시키고, anabolism 즉 단백질 분해를 저하시켜 우리몸의 근육량을 유지하기 위한 작용을 극대화시킨 제품들이다. 보디빌더들이 남성호르몬을 사용하는 원리는 우리 남성들의 체내에는 남성호르몬이 약 350 ~ 1000ng/dl가 존재하는데 (참고문헌 1) 정상범위내인 1000ng/ml보다 약간 상회하도록 남성호르몬을 복용하여 우리몸의 근육을 키우는 원리이다.

의학적으로는 에이즈 환자에서 근육량 소실을 막아주는 치료로 쓰이기도 하며, 남성갱년기를 호소하는 환자들에게 치료목적으로 쓰이지만, 보디빌더들이 쓰는 것은 임의로 쓰는 것들이다.


(위그림은 남성호르몬의 기본 구조식이다. 오른쪽 위에 17이라고 적혀있는 것을 ester로 치환하면 주사로 투여할 수 있는 구조식이 나오고, 17 alpha alkyation을 하면 먹는 약으로 만들 수 있다. 둘다 anabolism을 증가시키는 구조식이다. 출처 : 참고문헌 2)
 

앞서 이야기한 효과를 위해 보디빌더들이 남성호르몬을 복용하는데, 나름대로 복용방법을 정하고 한다. 대부분은 4~6주 혹은 12주까지 남성호르몬을 복용하거나 주사를 맞는데, 보통 1주마다 남성호르몬을 250mg에서 3200mg까지 복용한다고 한다. (참고문헌 3) 어떤 보디빌더들은 나름대로의 규칙인 하루에 1kg의 몸무게에 약 1mg의 남성호르몬이 필요하다고 정해놓기 까지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문제점들도 있다.

 

사실 어떤 연구에서 12주 이내의 기간동안에 1주당 약 400-600mg정도의 남성호르몬은 그리 큰 부작용을 보이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있고 (참고문헌 4), 남성호르몬을 중단하면 이전상태로 호전되는 경우를 보이고 있지만, 일부 부작용은 이전상태로 되돌아가지 않는 경우도 있고, 남성호르몬 효과를 보기 위해서 많은 양읕 투여할수록 부작용은 그만큼 더 커진다. 그만큼 정상적으로 우리몸에서 분비되는 남성호르몬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 또한 anabolic-androgenic steroid이라는 이름에서 보듯이 아무리 근육량을 극대화시킨 호르몬이라도 남성호르몬의 기능은 일정부분 남아있어 이에 대한 부작용이 있다.

 

또한 4-12주동안 남성호르몬을 투여한 이후 약을 중단한 이후 원상태로 더 호전시키기 위해 자기들 나름대로 post cycle theraphy(PCT)라는 기간을 만들어 남성호르몬을 여성호르몬으로 바꾸는 효소를 차단하는 약물(예를 들면 aromatase inhibitor)을 복용하거나, 또한 자기몸의 남성호르몬을 증가시키기 위한 약물 (예를 들면 human chorionic gonadotrophin)을 복용하기도 하는데 (steroid-accessory drug), 의학적으로는 근거가 없고, 그런 호르몬을 조절하는 약제들이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 (참고문헌 4)

 

또한 먹는 남성호르몬약이 보통은 간에서 대사가 되기 때문에 간기능이상과 지질대사이상을 일으킬 수 있는데, andriol이라고 하는 먹는 남성호르몬은 간을 피해서 다른쪽에서 대사가 되므로 이러한 부작용은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남성호르몬 기능은 여전히 있기 때문에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참곰문헌 5)

 

추가적으로 프로호르몬(prohormone)이라고 남성호르몬 전단계의 물질로 만든 약물이 여성호르몬 증가나 다른 부작용이 없다는 이유로 보디빌더들에게 쓰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예를 들면 DHEA, androstenedione, androstendiol 등등) 그것 또한 체내에서 여성호르몬을 증가시킬 수 있으며 근육량을 증기시키는데 별 도움이 안되는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으므로 쓰지 않는 것이 좋겠다. (참고문헌 6)

 

 

 

참고문헌

1.     Bagatell CJ, et al. Androgens in men-uses and abuses. N Eng J Med. 1996;334:707-714

2.     A.G. Fragkakia, et al. Structural characteristics of anabolic androgenic steroids contributing to binding to the androgen receptor and to their anabolic and androgenic activities: Applied modifications in the steroidal structure. Steroids 2009;74:172-197

3.     Evans NA. Gym & tonic: a profile of 1000 male steroid users. Br J Sports Med. 1997;31:54-58

4.     Evans NA. Current concepts in anabolic-androgenic steroids. Am J Sports Med 2004;32:534-542

5.     Kohn FM, et al. A new oral testosterone undecanoate formulation. World J Urol 2003;21:311-315

6.     Brown GA, et al. Testosterone prohormone supplements. Med Sci Sports Exerc. 2006;38:1451-1461


 

Posted by 두빵
2009. 12. 21. 01:06

며칠전 곤지름(성기사마귀) 치료받았던 환자와 나누었던 대화이다.
"이거 누가 그러던데, 여자에게 자궁암도 일으킬 수 있다면서요?"
"바이러스 종류는 비슷하지만, 타입이 좀 달라요..."
"그럼 이 곤지름때문에 자궁암이 생기지 않나요?"
"곤지름을 주로 일으키는 바이러스 때문은 아니죠....같이 동반되었을 수 있겠지만...."

내가 말솜씨가 부족해서 아마 잘 이해를 하지 못했나 싶다.
가끔 환자들이 물어보는 것중의 하나는 곤지름때문에 여성에게 자궁암 (정확히 말해서는 자궁경부암) 을 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다.

Harald Zur Hausen Wins Nobel Prize For Medicine
(인유두종바이러스가 자궁경부암 발생과 연관되어 있다고 최초로 밝힌 공로로 2008년에 노벨의학상을 받은 독일의 하우젠 박사, 출처 : PicApp) 

곤지름과 자궁경부암은 둘다 같은 바이러스로 발생되는 질환이다.
이 바이러스를 HPV, 그러니까 우리말로 하면 인유두종바이러스, 영어로 하면 human papillomavirus 라고 이야기한다.

같은 바이러스이긴 하지만 그 속에서도 좀 독한 놈이 있고, 순한 놈이 있는데 종류는 100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내가 마지막으로 확인했을때가 이정도이니 아마 지금은 더 추가가 되지 않았을까?) 이중 순한 놈으로는 6 타입과 11타입이 있고, 독한 놈으로는 16타입과 18타입이 있다. 눈치 빠르신 분은 알겠지만 곤지름은 6 이나 11타입의 인유두종바이러스(HPV)가 일으키는 질환이며 자궁경부암은 16 혹은 18 타입의 인유두종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질환이다.

그러나 이렇게 단정적으로 구분지을 수 있으면 의학이 얼마나 쉬울까....

곤지름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90%는 물론 순한 놈인 6 혹은 11 타입의 인유두종바이러스이다. 이 바이러스는 자궁경부암을 일으킬 수가 없다.
그러나 나머지 10%이내의 곤지름의 경우에는 16 혹은 18 타입의 인유두종 바이러스가 곤지름을 일으킬 수가 있다. (참고문헌)

또 한가지 문제점으로는 남성이 인유두종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반드시 곤지름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보통 감염되고 약 3개월의 잠복기를 지나서 증상이 발현된다고 하는데, 꼭 증상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며 무증상으로 지속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데이터는 없지만, 선진국에서 나온 통계를 보면 보통 건강한 남성의 약 50%정도에서 인유두종바이러스가 한 종류라도 감염이 되어 있다.(참고문헌) 따라서 20-50%의 곤지름 환자들에게서 16 혹은 18 타입의 인유두종바이러스가 같이 동반되어 감염되어 있을 확률이 있다는 것이다.(참고문헌)

따라서 결론은 좀 애매하다.

알기 쉽게 이야기 하자면 6 혹은 11타입의 인유두종바이러스는 곤지름만 주로 일으키지만, 곤지름의 약 10% 이내에서는 16 혹은 18타입의 고위험군 인유두종바이러스가 일으킬 수도 있고 곤지름과는 별개로 16 혹은 18 타입의 고위험군 인유두종바이러스가 동반되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곤지름은 자궁경부암과 연관되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단 곤지름을 일으키는 6 혹은 11 타입의 인유두종바이러스는 자궁경부암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할 수 있겠다.


[더 읽어볼 글들...]
2008/10/19 - 남자도 자궁경부암백신을 맞아야 하나?


[참고문헌]
Giuliano AR, et al. Epidemiology of human papillomavirus infection in men, cancers other than cervical and benign conditions. Vaccine 2008;26(Suppl 10):K17-28

Posted by 두빵
2009. 12. 18. 14:25
이번주는 출퇴근시 정말로 추웠다. 지하철에서 병원 또는 집으로 가는 시간이 얼마 안됨에도 불구하고 차가운 기운에 잠시 노출되어 몸전체가 얼어붙는 것 처럼 느껴진다.

이런 추운 날씨 속에서 요새 환자들을 보면 최근에 소변이 자주 마렵다는 사람들이 많다. 절반 이상에서는 추우면 당연히 소변이 자주 마렵다는 것을 당연히 여기고 있는 것은 다행이긴 하지만, 나는 가급적 따뜻하게 입고 다니라고 권유하거나 약을 좀 조정해드리겠다고 한다.

Snow Storm Puts Fargo Area  Residents In Limbo As Flood Waters Freeze
(출처 : PicApp)


근데 왜 추운 날씨가 되면 소변이 자주 마려운 것일까?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답변을 보니 모두 여름에는 땀이 많이 나서 소변량이 적지만, 겨울에는 땀이 나지 않기 때문에 그 땀의 물이 소변으로 배출되어 소변량이 많아져서 생긴다는 답변 일색이었다. 물론 극히 일부분에서는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주된 원인은 추운 날씨가 되면 우리몸의 방광이 예민해지기 때문에 소변을 자주 본다는 것이다.

그럼 그 근거를 한번 보자.
우리몸의 신체는 추운 환경에 노출되면 체내에서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이나 에피네프린(Epinephrine)이라는 호르몬이 증가한다. 따라서 이것이 증가되면 심장박동수도 빨라지고, 혈압도 올라가고 소변으로 배출되는 노르에피네프린과 에피네프린의 양도 증가된다.  (참고문헌 1,2)
소변의 노르에피네프린과 에피네프린이 증가하면서 방광을 자꾸 민감하게 수축하는 방향으로 향하게 하기 때문에 방광이 자꾸 수축하면서 소변이 마렵다고 한다.

추위에 노출되면 호르몬 영향뿐만 아니라 방광의 조직학적 변화도 초래하여 방광염(정확히 말해서는 간질성방광염, 이것의 주된 증세는 소변을 급하게 자주 보고 통증이 있는 것이다.)이 있을때의 형태학적 변화도 일으킨다고 한다. (참고문헌 3)

마지막으로 추위가 방광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기전을 동물실험을 써서 밝힌 내용도 있는데, 쥐에다 추운 자극을 주었을때 그것이 방광을 민감하게 하는 신경을 활성화 즉 자극시켜 방광을 민감하게 만드는 것을 확인하였다. (참고문헌 4)

자 이제 종합적으로 정리해보자.

바깥공기가 추우면 우리몸에서 방광을 예민하게 하는 신경도 자극하여 결국은 방광을 예민하게 만들고 이것이 소변을 자주 보게 되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추워서 소변을 자주 본다면 좀 따뜻하게 입고 나가는 것이 좋겠다.


[참고문헌]
1. Harinath K, et al. Autonomic nervous systemand adrenal response to cold in man at Antarctica. Wilderness Environ Med 2005;16:81–91
2. Ma S, et al. Chronic intermittent cold stress sensitises the hypothalamic-pituitary-adrenal response to a novel acute stress by enhancing noradrenergic influence in the rat paraventricular nucleus. J Neuroendocrinol 2005;17:761–769
3. Ercan F, et al. The effects of cold-restraint stress on urinary bladder wall compared with interstitial cystitis morphology. Urol Res 1999;27:454–461
4. Imamura T, et al., Cold environmental stress induces detrusor overactivity via resiniferatoxin-sensitive nerves in conscious rats. Neurourol Urodyn 2008;27:348–352


Posted by 두빵
2009. 12. 11. 18:27
오늘 기사중에 축구경기중에 골키퍼가 소변을 참지 못하고 경기도중에 소변을 봤다는 황당한 기사를 보았다. 보면서 얼마나 급했으면 그랬을까...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사실 프로선수이라면 자기몸관리는 자기가 잘 했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다행히 경기에서 이겨 별 문제가 없을 것 같긴 하지만, 경기중에 상당히 위험한(?) 행동이라는 것은 별 이견이 없을 것 같다.

위의 기사를 보면서 사람이 얼마나 소변을 참을 수 있을까? 라는 궁금함이 들 것 같다.
근데 이것을 정확하게 말을 할 수가 없다. 왜냐면 방광에 소변을 얼마나 저장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인데, 사람마다 방광 용적이 다 다를뿐 아니라 방광에 소변이 차는 속도, 즉 우리가 얼마나 물을 많이 먹느냐에 따라 각기 다 다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다라이에 물을 채우는데, 아무리 큰 다라이라도 바께스로 물을 빠르게 붓는다면 다라이는 금방 차는 것이고, 작은 다라이라도 아주 작은 컵으로 천천히 물을 붓는다면 물은 천천히 차는 이유이다.

그럼 문제를 약간 바꾸어 방광의 용적은 어떨까? 즉 방광이 어느정도의 소변을 채울만한 크기인가이다.

근데 여기서도 문제가 좀 되는 것은 실제적인 방광의 용적과 우리가 실제로 보는 소변량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의 방광의 용적을 최대방광용적(maximal bladder capacity)라고 이야기 하고 실제로 우리가 소변을 최대로 보는 양은 기능적방광용적(functional bladder capacity)라고 이야기 한다.
우리의 방광은 굉장히 민감한 기관이고 사람마다 그 능력이 달라서 같은 소변양을 방광에 가지고 있더라도 어떤 사람은 급하게 마렵다고 화장실을 가는 반면에 어떤 사람은 전혀 마렵지가 않은 경우가 있다.  따라서 위 두 용적의 관계는 아래와 같다.

최대방광용적 (maximal bladder capacity ) > 기능적 방광용적(functional bladder capacity)

일반적으로 두 용적의 크기는 최대방광용적은 보통 400-500ml정도이며, 기능적방광용적의 경우에는 200-400ml정도이다. 즉 방광용적이 약 500ml 이더라도 사람은 보통 소변을 볼때는 200-400ml의 소변을 보며 어떤 경우에서는 이보다도 더 적은 소변이 잇는 경우에도 소변이 마렵다고 하는 것이다.

그럼 위의 두 용적의 최대는 어느정도일까?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한 병원에서 요역동학검사에서 큰 방광용적을 가진 사람들을 조사해보았더니, 최대방광용적은 5 liter 였으며, 기능적 방광용적은 2.8 liter 였다고 한다. (세상에나.....) 그리고 700ml - 5 liter 의 방광용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중에 17%는 검사를 해봐도 완전히 정상이었다고 한다.

(참고문헌에 나오는 도표.
파란색 점은 실제로 소변을 보는 최대양이며, 왼쪽을 보면 2900ml에서 가장 높게 되어 있다. 아래쪽 눈금은 검사로 잰 실제의 방광 최대용적이며 최대 5000ml로 표시가 되어 있다.)


방광용적만 보더라도 사람은 정말로 다양한 것 같다. ^.^

참고문헌 : Purohit RS, et al. The pathophysiology of large capacity bladder. J Urol 2008;179:1006-1011
Posted by 두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