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5. 23:18
어제 드디어 주문하고 고대하던 "Sorry Works (쏘리웍스) - 의료분쟁 해결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책을 받아 읽어보고야 말았다.

안그래도 더 랩 에이취의 김호 대표님의 강의를 한번 들었던 터라 개인적으로 이책의 내용에 대해서 상당히 궁금해 하던 차에 책이 나왔다는 소식에 바로 인터넷에서 주문을 했는데...웬걸....재고가 없어서 한 4-5일은 그냥 허송세월 하다가 그저께 배송한다는 연락이 와서 어제 받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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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책의 내용은 그리 어려움은 없었다.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느끼는 생각은 미묘한 느낌을 어떻하든 우리나라의 어감에 잘 맞도록 풀어쓰려고 노력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는 것이다. 이것에 대해서는 김호 대표님의 노력에 대해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우선....개인적으로 찬성하는 부분.

지금까지 운이 좋아서인지는 모르지만, 나의 가치관 역시 진실된 태도를 대하면 언젠가는 보상받는다는 그런 신념으로 인생을 살아온 경험인지는 모르지만, '쏘리웍스'가 말하고자 하는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서 찬성한다.
또한 개인적으로 개인병원에서 활동하면서 많은 환자와 접하면서 내 나름대로의 추상적인 생각들 (환자에게 진실된 공감을 표시하면 환자들도 의사를 이해한다는 점들...)을 구체적인 항목으로 정리해주었다는 생각이다.

물론 '쏘리웍스'가 주장하고 있는 것은 지금 현실적인 문제에서 조금만 더 서로에게 진실되면 의료소송을 충분히 (이 책에서는 절반이상) 줄일 수 있다는 것이고 나 역시 이에 대해서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과연 그럴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우선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것중의 하나는 '쏘리웍스'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 의사는 개인병원이 아닌 대형병원에 속해 있어 병원 직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큰 규모의 병원이어야 하며, 의사가 의료사고를 대비해 보험을 다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예를 든 병원 모두 미국에서 큰 대학병원인 하버드, 스탠포드, 미시간 대학병원이었다. 즉 의사가 '쏘리웍스'를 시행하도록 해줄 수 있는 병원내 여러 직원과 그 의사의 진료를 대신할 수 있는 다른 의사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진정어린 사과를 위해서는 책임있는 보상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그런 보상을 하기 위한 전재조건은 보험을 들어야 한다. 미국이야 가능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의사가 아직까지 의료사고에 대한 보험을 드는 경우가 좀 드문 경우에 속한다. (난 의료배상보험에 현재 가입중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대학병원은 그렇다 치고, 나 같은 개인병원의사는 병원의 모든 일 (병원 운영, 진료, 병원시설의 수리 등등) 을 혼자서 다 처리한다고 바쁜 와중에 '쏘리웍스'를 시행하기 위한 시간적, 물리적인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또 지적하고 싶은 것중의 하나는 앞서 잠시 언급했는데, 진정어린 사과를 위한 보상을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미국의 의료수가는 안그래도 소송에 대한 비용이 어느정도 포함되어 있다는데, 우리나라의 의료수가는 안그래도 원가보다 못하다는 소리를 듣고 있는데, 과연 우리나라에서 진정어린 사과를 위한 보상을 할정도의 비용이 감당될까?  


하지만 위와 같은 의문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의사라면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으로 생각된다. 어짜피 의술에는 합병증이 동반되기 마련인데, 이에 대해 의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또 다른 한가지 바람직한 방법을 가르쳐 주고 있기 때문이다.

p.s. 원래 책 내용의 일부를 좀 인용하려고 했으나, 책 마지막에 보니 "본사의 서면허락없이는 어떠한 형태나 수단으로도 이 책의 내용을 이용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말 덕분에, 책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 안그래도 소송많은 세상에서 +1을 더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Posted by 두빵
2009. 11. 3. 22:47
이전 블로그 글에서도 밝혔지만, 나역시 커피라면 하루에 몇잔을 마실만큼 커피를 좋아한다. 그중에 소위 넣을 것 다 넣는 '다방커피'를 무척 좋아하고, 두번째로는 커피믹스를 좋아한다. 가끔 이전에는 북적이지 않으며 한잔을 먹을때도 여유로움과 분위기를 즐길수 있었던 '글로리아진스'를 무척 좋아했었는데, 나의 취향이 독특한지, 몇년전 마지막으로 압구정 현대백화점 지하의 글로리아진스를 마지막으로 요새는 글로리아진스 가게를 한번도 보지 못해 아쉬울 뿐이다. (별다방과 콩다방은 너무 상업적이고 소란스러워서 원.....)

나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해주는 바이오매니아님의 최근 글에서 잘못 알려진 식생활 상식중에 '커피는 이뇨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있었다. 내용은 커피가 약간의 이뇨작용을 하지만 정기적으로 즐길 경우 간에 의해서 적응이 되므로 이뇨효과는 카페인이 아니라 커피의 양 문제라는 것이다.

솔직히 내가 보기에는 어느것을 주안점에 두느냐에 해당할 것 같다. 한 한가지 해석상의 문제점으로는 원문에는 분명 "not related to its caffeine content but to the size of the drink" 이고, 이를 정확히 말하자면 "카페인이 아니라"라는 말이 아니라, "커피에 있는 카페인 용량에 관련있는 것이 아니라, 마시는 커피의 양이 문제(즉 마시는 전체 카페인의 양)"이라고 난 생각한다.

실제로 그럼 논문상의 증거를 찾아보았다.

여러 논문을 종합하여 결론을 내린 review article이 있는데, 단 한가지 흠이 이 논문을 지원한 곳이 영국의 유명한 차회사인 PG Tips이라는 사실이다.(참고 1) 여기서 나온 한가지 도표를 인용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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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은데, 보면 약 250 ~300mg 이상의 카페인 용량이 있을때 이뇨작용을 한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이는 볶은 커피 한잔 (150ml)의 카페인 용량이 85mg이라고 할때 약 3-4잔정도가 기준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앞서 이야기한 "커피에 있는 카페인 용량에 관련있는 것이 아니라, 마시는 커피의 양이 문제(즉 마시는 전체 카페인의 양)"이라는 것에 어느정도 부합되지 않을까? 미신이라고 했던 것은 아마도 1-2잔의 커피는 이뇨작용이 없다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또 고려해야 할점으로는 카페인이 방광을 자극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소변량은 비슷하더라도 방광자극때문에 좀 더 자주 소변을 봐야 하는 문제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전 나의 블로그 글 참고)
마지막으로 우리몸에서 커피의 카페인이 제거되는 반감기가 약 2.5 -4.5시간정도로 알고 있다. (참고 2) 그럼 그 시간 이내에 다시 커피를 마신다면 우리몸의 카페인 농도가 축척될 수 있으므로 약간은 다른 대답이 가능할 수도 있다.

이렇든 저렇든지간에, 소변을 자주 보더라도 커피가 없는 생활은 나에게 무의미할 것 같다. 나폴레옹도 말하기를

"장기간의 진한 커피는 나를 항상 깨어있게 하고, 나를 따뜻하게 하며, 나에게 특별한 힘을 주고 즐거움이 동반된 고통도 준다. 나는 무감각하기 보다는 오히려 이러한 고통을 원한다.
(A strong long coffee keeeps me awake and warms me, giving me unusual strength, a suffering not free of pleasure. I would rather suffer than be insensitive.)"
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전 참고할 글>
2008/03/25 - 소변이 자주 마려울때 커피를 드시지 마세요.


<참고> 
1. Maughan RJ et al. Caffeine ingestion and fluid balance: a review. J Hum Nutr Dietet 2003;16:411-420

2. Massey LK. Caffeine and the elderly. Drugs Aging 1998;13:43-50
Posted by 두빵
2009. 10. 31. 14:02

오늘 아침에 기사중에 미국에서 물마시기 대회에서 너무 물을 많이 먹고 사망한 뒤에 배상액을 189억원이나 받았다는 황당한(?) 기사를 보았다. 이전에 바이오매니아님께서 '물도 많이 먹으면 죽습니다.'라고 언급한 적도 있고, 가끔 외래에서도 물을 많이 먹는 것이 좋다고 물을 많이 마시는 환자들이 있는데, 맨날 물좀 적게 먹으라고 이야기를 하다가 이 기사를 보고 과연 얼마나 물을 많이 마시면 부작용이 날까....라는 생각에 한번 검색을 하였다.

                    (출처 : http://www.weirdworm.com/five-of-the-weirdest-ways-to-die/)

우선 물을 먹으면 우리몸에 어떤 변화가 올까?
우리몸은 단순한 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전해질....쉽게 말하자면 소금기가 있는 물로 이루어져 있다. 즉 우리몸은 전해질을 항상 일정한 농도로 맞추어야 여러 장기에서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대사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에 항상 일정한 농도의 전해질을 유지하고 있다.
근데 물을 먹으면 당연히 전해질이 낮아진다. 이때 우리몸에서 신장이 반응하여 남는 여분의 물을 소변을 배출하게 되는 것이다.

만일 물을 많이 먹고 전해질이 낮아진다면 부작용이 몇가지가 있는데, 그중 가장 심각한 부작용이 뇌부종이다. 물을 많이 먹은 뒤에 우리몸의 혈액의 전해질이 낮아진다면, 뇌조직이 가지고 있는 전해질이 일시적으로 높기 때문에 삼투압작용으로 혈액에서 뇌쪽으로 먹은 물이 이동을 한다. 그럼 뇌가 물로 가득차게 되어 뇌부종이 생기고 응급으로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하는 것이다.

그럼 물을 어느정도 먹으면 전해질이 어느정도 떨어질까?

실제로 60kg의 정상적인 여성이 소변을 보지 않고 물을 단기간에 약 1리터를 먹는다면 전해질은 4.5mmol/l정도 떨어진다고 한다. (참고 1)
위의 기사의 주인공은 몸무게가 어느정도인지 모르지만 기사에서 7.5리터를 먹었다고 하니 7.5 x 4.5 = 33.75mmol/l정도 전해질이 떨어졌을 것이다.
그럼 정상적인 전해질 농도가 140mmol/l이므로 140 - 33.75 = 106.25mmol/l의 전해질이 일시적으로 되었을 것이다.

의사라면 다 알겠지만 우리몸의 전해질 농도가 140에서 130정도만 떨어져도 병원에서 상당히 긴장하게 되는데, 120 이하면 내과적으로는 응급상황이다. 근데 전해질이 106mmol/l라면 뇌부종이 생기고도 남을 수치이다.

실제로 법의학쪽에서는 단기간에 물을 많이 먹고 사망한 례가 보고되고 있다.
자기가 단기간에 물을 많이 먹어서 죽는 경우, 마라톤을 하면서 물을 너무 많이 먹은 경우, 맥주에 탐닉하다가 사망한 경우, 극단적인 경우는 수중분만하다가 사망한 경우.....(참고2)

그렇다고 하루종일 조금씩 해서 7.5리터 정도 먹는다고 사망하지는 않는다.
위의 예를 든것은 몇분 이내에 그정도 먹는다면 일어날 수 있는 일로, 하루동안 7.5리터 먹는다고 사망하지는 않는다.
정상적인 사람의 경우 약 분당 12ml의 순수한 물을 신장에서 배출 가능하므로 이것을 하루동안 계산해보면 12ml x 1440 min /day = 약 17리터정도 하루 먹더라도 신장이 이에 대해서 잘 반응 하므로 우리몸의 전해질에 이상이 발생되지는 않는다.(참고 3)

단 신장이 건강한 젊은 환자의 경우로 한정했을때이다. (글쎄..소변은 많이 보러가서 좀 불편하겠지....)

참고문헌 :
1. Gardner JW, et al. Fatal water intoxication of an Army trainee during urine drug testing. Mil Med 2002;167:435-7
2. Byramji A, et al. Hyponatremia at autopsy: an analysis of etiologic mechanisms and their possible significance. Forensic Sci Med Pathol 2008;4:149-52
3. Nicole Ali, et al. The case : A 66-year-old male with hyponatremia. Kidney International 2009;76:233-234

p.s. 근데 제목을 쓰다 보니 바이오매니아님의 글제목과 같게 되었네요.^.^

Posted by 두빵
2009. 10. 31. 01:56
가끔 듣는 말이지만, 나도 가끔 성격이 급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언젠가 커피자판기에서 밀크커피를 먹기 위해 돈을 넣고 커피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중간에, 커피가 다 나오지 않았는데, 문을 열고 커피자판기안의 종이컵에 손을 대면서 기다리다가 뜨거운 물에 손을 데고 말았다. 그때 같이 있던 교수님 한분 왈....
"우리나라 사람들이 성격이 참 급한데, 그중 하나가 커피자판기에서 커피가 다 나오지도 않는데, 손을 넣는 사람들이야..."
덕분에 나는 그순간에 성격이 급한 한국인의 대표적인 예가 되고 말았다.

요로결석을 체외충격파쇄석술로 치료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의 하나는 왜 시술 간격을 1주 이상 두느냐였다. 오늘도 응급으로 요로결석을 치료하고 있는 한분이 왜 빨리 빨리 치료를 해 주지 않느냐고 재촉할때, 나는
"아니 돌을 깰정도로 그런 충격파를 몸에 주는데, 몸이 남아나겠어요? 몸이 회복할 기회는 주어야지요...."
라고 달래고 보냈다.

실제로 체외충격파쇄석술은 요로결석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이긴 하지만, 문제는 여러번 시술할 경우 1주 이상의 간격을 두어야 하는 것이 단점이다.

'판타스틱 4' 에 나오는 돌로 만들어진 인간이라면 혹 모르지만 우리 몸의 장기는 대부분 보면 말랑 말랑한 두부같은 조직이다. 따라서 요로결석 같은 돌이 깨질 정도의 충격을 그냥 주다가는 몸이 남아나질 않는다.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중의 하나가 돋보기 방식이다. 실제 충격파를 수많은 작은 파동으로 만들어서 각각 하나씩 우리몸을 통과할때는 별 문제가 없게 되지만, 돋보기처럼 한 촞점에 수 많은 파동이 동시에 모인다면 그 촛점에서 엄청난 충격파를 생성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 촛점에 돌이 있다면 돌이 박살이 나도록 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충격파를 보통 1000 - 3000번 정도 때린다.

    (실제로 체외충격파쇄석기에서 충격파가 나가는 모습니다. 보면 반사거울로 많은 충격파를 요로결석에 집중시키는 방식이다.
출처 :
http://www.web-feet.us/RLS/htdocs/litho.html)

그러나 이렇게 하더라도 모이는 촛점 주변으로 우리몸이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 있고 1000-3000번 정도의 충격이 계속 지속이 된다면 이 또한 우리몸이 손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1주정도 시간을 두어 우리몸이 충격파에서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두는 방법도 동반되어야 한다.

오늘 그 환자는 다행히 시술뒤에 결석이 분쇄된것을 환자와 같이 확인을 했다.
1주뒤에 왔을때는 결석이 다 제거되었을 것 같은 느낌이.....

Posted by 두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