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포스트가 진료하면서 알게된 환자의 사정을 블로그에 공개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댓글이 있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고 일반적으로 많이 있는 이야기의 예를 들었긴 하지만 이것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역시 이에 대해서 많은 고민이 있으며, 이 지적에 대해서 겸허히 수용하는 바이다. 그래서 '비뇨기과의사로서 난처한 일'은 포스팅에서 삭제하기로 하였으며, 앞으로는 그런 글들을 올리지는 않을 것이며,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 그런데, 읽혀진 것에 대해서는....어떻게 찾아와서 읽어본 사람들의 기억을 지울수도 없고......
그래서 죄송한 맘으로 양해를 구하기 위해 좋은 글 하나 더 올린다....쩝.
진료를 하다 보면 간혹 방광염에 대해서 답답해 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무리를 하거나 피곤하면 방광염이 잘생겨서 완치를 어떻게 할 수 없냐고 문의하시는 분들도 있는 반면에 방광염이 성병이라고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다.
이전에 한 환자는 자기 자신이 방광염에 걸린것에 대해서 변비와 관련이 있는지 물어보았다.....음....또 어려운 질문에 직면한 것 같다.
방광염의 원인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에 의하면 방광염의 약 80%는 우리 몸의 장속에 있는 대장균때문에 생긴다고 한다. 그외 여러가지 균들이 있기는 한데, 이것은 열외로 하기로 한다....^.^
그럼 대장균이 어떻게 방광염을 일으킬까?
일반적으로 방광염은 여성분들에게 잘 생긴다. 이렇게 되는 원인은 여성의 해부학적인 몸상태때문에 그런데, 장이 위치해 있는 항문과 요도가 매우 가깝기 때문이다. 남자의 경우에는 요도입구가 거시기(?)때문에 항문과 상당히 멀리 위치해 있다. 따라서 남자들은 방광염에 걸릴 찬스가 매우 낮다. 만일 남자가 방광염에 걸렸다면 비뇨기과의사는 상당히 우려스러운 얼굴로 여러가지 검사들을 권한다.
출처 : apps.uwhealth.org)
우리몸의 장속에 있는 대장균이 보통은 회음부를 지나면서 요도를 통해서 방광으로 전염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이렇게 이야기하지만, 의학적으로는 두가지 가설이 서로 싸우고 있는 형국이다.
하나는 prevalence hypothesis라는 것인데, 알기 쉽게 말을 하면 장속의 존재하는 대장균의 종류중에 가장 많은 종류가 회음부와 요도를 통하여 방광에서 방광염을 일으킨다는 이론이다.
다른 하나는 special-pathogenicity hypothesis라는 것으로 간단히 말을 하면 장속에 흔한 종류의 대장균은 방광염을 일으키지 않고 방광염을 일으키는 균은 흔하지 않는 어떤 특정한 대장균(좀 더 알고자 하는 분들은 group B2나 D E. coli라고 알면 되겠다.) 이 존재하여야만 방광염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위의 두가지 이론이 따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통합하여 설명하는 연구들이 간혹 나오기는 한다.
하여간 대장균이 방광염의 원인이기는 한데, 변비가 원인인지는 그리 뚜렷하지는 않은 것 같다. 아직까지 뚜렷하게 변비와 방광염이 연관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위와 같은 기전을 생각하면, 설사도 방광염과 관련이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왜냐면 설사로 회음부 주위가 좀 지저분해지면 당연히 요도를 통하여 방광염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간혹 성관계후에 방광염이 걸리는 사람들때문에 성병이라고 오인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도 대장균때문에 생기는 것이고, 정상적인 관계에서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림 출처 : www.cyh.com)
개인적으로는 여성에서 방광염이 잘생기는 것중의 하나는 피곤한 경우 잘생기는 것 같다. 마치 감기처럼 말이다. 그래서 방광염에 걸린 여성환자들에게 항상 해주는 말이 있다.
"물 한컵 들이마시고, 푸욱......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