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의료기관에 있다보면 가끔 암환자를 보게 된다. 물론 진단과정에서 암환자를 볼 수가 있으며, 대형병원에서 암치료후에 오는 환자들도 있다.
진단과정에서 암환자를 보는 경우는 환자분들에게는 무척 안된 이야기이긴 하지만, 의사로서는 가끔 보람을 느끼는 일이기도 하다. 비뇨기과의사이므로 요새 우리나라에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전립선암을 많이 진단하는데, 혈청 PSA라고 하는 전립선암의 피검사를 시행한 뒤에 검사수치가 높은 환자들에게 전립선조직검사를 시행하여 암으로 발견되는 경우 보통은 대형병원으로 전원하고 있다.
당연히 환자 입장에서는 암이라는 소리에 무척 놀라면서 자세히 묻고, 나 역시 내가 알고 있는 최대한의 지식을 이야기 해주면서 열심히 설명하여, 대형병원에 전원하고 난뒤에는 환자가 대형병원에서 잘 치료되었겠지....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대학병원에서 암치료중에 오는 환자들이 있다.
오늘도 대학병원에서 전립선암으로 호르몬 치료를 받는 환자가 왔다.이야기를 들어보니 대학병원에서 전립선암 수치가 높아서 수술은 못하고호르몬 치료를 했다고 한다. 근데, 소변을 볼때 아프다고 한다.
"아니 언제부터 아프셨어요?", "거기 병원 치료받을때부터야....", "참, 어르신도....그럼 치료하시는 의사선생님께 말씀을 드려서 소변볼때 아픈 것을 같이 치료하셔야지요...", "거기는 피검사만 계속 하더만 괜찮다고만 혀...소변은 말못했어..."
순간 대형병원의 바쁜 시간을 알기 때문에 이후에 별 말없이 검사를 하였다. 혈청 PSA검사는 정상이었고, 초음파에서는 전립선이 방광으로 많이 튀어나와 있었으며 방광점막도 매우 안좋아보였다. 소변검사를 시행하여 염증과 혈뇨가 있어 염증에 대한 항생제 처방을 하여면서, 이것 저것 이야기 하였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였다.
"다시 치료하시는 선생님 찾아서 방광에 대한 치료를 하셔야 되요. 이것땜에 아프신것인까...빨리 가셔서 치료받으세요."
대형병원은 요새 많이 바쁘다. 의사수도 많지만 그만큼 환자도 많기도 하다. 따라서 대형병원 특성상 그 의사가 관심있는 분야에 대한 치료를 하면서 환자의 다른 불편한 증세에 대해서는 지나치는 경우가 있다.
요즈음 대형병원의 비뇨기과의사들의 관심은 전립선에 쏠려 있으며 그중에 전립선암, 그리고 특히 전립선암의 로봇수술에 관심이 많다. 당연히 대형병원은 다른 의료기관에서 하지 못하는 첨단 기술에 대한 연구도 많이 하면서 이에 대한 치료를 해야 한다. 대학병원에서는 의사가 시간이 없다. 시간이 없고 또한 대형병원 특성상 관심도 많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런 환자들을 볼때마다 대형병원에서 시간이 없어서 말씀드리기 어려운 환자의 병에 대해서 많이 알려주고자 노력한다. 가끔은 환자와 인생살이 이야기를 하면서....
이것도 1차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나에게는 가끔 보람있는 일이다. 물론 현실적인 한계 때문에 해결할 수 없는 부분도 있어서 다시 대형병원에 보내는 경우도 있지만, 환자의 불편한 점을 해결할 수 있을 때는 무척 기분이 좋다. 이런 부분도 1차의료기관이 있어야 하는 경우가 아닐까....
건강정보
2008. 2. 22. 0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