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1. 17. 01:16

내가 있는 병원은 규모가 작은 개인의원이기 때문에 방사선사가 따로 없다. 그래서 내가 직접 X-ray 사진을 찍는다. 보통은 요로결석때문에 사진을 많이 찍지만, 그외에도 혈뇨등 여러가지 이유로 사진을 참 많이 찍는다.

찍으면서 항상 "숨참으세요"라고 하고 찍는데, 가끔은 환자들이
"숨을 내쉬고 참아야 해요? 아니면 숨을 들이마시고 참아야 해요?"
라고 묻는 경우가 많다.

우선은 왜 병원에서 사진을 찍을때 숨을 참아야 되는지는 잘 아실것으로 믿는다.
리바이벌을 하자면.....

카메라의 노출원리와 똑같게 생각하면 된다. 우리몸의 가슴과 배는 숨을 쉬면서 몸안에 있는 장기들이 움직인다. 카메라에 있는 셔터속도처럼 X-ray 도 1/100 ~ 1/1000초의 노출시간이 가능하다면 아마도 숨 참으라고 하는 이야기를 안할 수도 있다. 이때는 숨을 쉬더라도 순간포착이 가능하니까.....(카메라를 모르면...좀 이해하기 힘들수도 있다.-.-)

근데 문제는 병원에서 쓰는 X-ray의 노출시간이 대부분 1-2초이다. CT등은 이전에는 무척 긴시간동안 노출을 주어야 했지만 최근에는 spiral CT가 나오면서 더짧아졌고 최근에는 정말로 노출시간이 거의 X-ray에 맞먹을정도로 짧아졌다.

하여간 1-2초의 노출시간이면 숨을 쉴때 장기가 상당한 거리를 움직이게 된다. 숨을 쉬면서 X-ray를 찍으면 당연히 움직이는 장기때문에 흐릿하게 나온다.
잘 이해가 되지 않으면 카메라로 밤에 사진을 찍을때를 생각해보면 노출이 부족해서 셔터속도가 길어질때 사진이 흐릿하게 나오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물론 숨을 쉬면서 장기등이 움직일리 없는 팔, 다리나 머리등을 찍을때는 숨쉬는 것과는 별상관이 없다.

(비뇨기과에서 요로결석으로 흔히 찍는 KUB film, 빨간색으로 그린 음영부분이 각각의 장기를 보여주는 음영들이다. 물론 훈련받은 의사들만 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병원에서 X-ray등의 사진을찍을때 숨을 참으라고 한다.
그럼 숨을 들이마시고 숨을 참아야 할까...아니면 내쉬고 숨을 참아야 할까?

정답은.....그때그때...달라요.....


즉 가슴사진을 찍을때는 폐의 자세한 부분을 다 봐야 하므로 숨을 들이마셔서 폐를 팽창시킨다음에 사진을 찍게 된다.(물론 경우에 따라 특수한 질환이 의심될때는 숨을 내쉬면서도 찍는 경우가 있다.....)

비뇨기과에서는 KUB라는 사진을 많이 찍는다. KUB란 영어로 kidney ureter bladder라는 말로 일반적으로 내과에서 찍는 배사진과는 약간 다르게, 한장의 X-ray film에 신장과 요관 및 방광이 전체적으로 나 나오도록 찍는다.

근데 찍다보니....간혹 키가 크신 분들은 신장과 방광이 한 필름에 다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방광이 나오게 하려고 하면 신장이 필름영역을 벗어나고, 신장을 보이게 찍으려먼 방광이 필름영역을 벗어나는 것이다.
         (숨을 쉬는 경우에 찍힌 KUB film, 위 사진은 내가 포토샵으로 임으적으로 흐릿하게 만든 것이다. 물론 숨쉬면서 뼈등은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위처럼 나타나지는 않지만.......그래도 이해를 돕기 위해 한번 만들어봤다. 근데...계속 보니 좀 어지럽긴 하네.....)

그래서 최근에는 "숨을 들이마시고 숨을 참으세요...."라고 한다.
이유는 숨을 들이마시면 폐가 팽창되면서 폐아래에 있는 횡경막이 아래로 내려가고 이에 따라 신장이 아래로 내려가기 때문에 한 필름영역에 다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비뇨기과에서 결석등으로 X-ray 사진을 찍게 되면 숨을 들이마시고 숨을 참으면 된다.

Posted by 두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