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뇨기과를 진료하다 보면 간혹 예기치 못한 것을 검사해달라고 오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이중 혼전검사라는 것이 있다. 안그래도 이것에 대한 글을 쓰려고 맘먹은 차에, 어제 파워블로거인 폴리클님의 결혼전 건강진단서에 대한 내용이 있어 이에 대한 나의 의견을 잠시 써본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것을 좀 고려해주었으면 한다.
사실 혼전 검사라는 것이 무엇을 위해 있는건지 잘 모르겠다.
혼전검사의 검사항목부터 보자.
일반적인 혈액검사 및 소변검사, 방사선검사부터 시작하여 좀 넓게 확장하면 성병에 대한 검사와 함께 남성과 여성만의 장기에 대한 검사들이 있겠다.
하나 하나 자세히 살펴보자.
일반적인 혈액검사와 소변검사 그리고 간단한 방사선검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직장을 다니거나 학교를 다닐때 일반적으로 시행하는 건강검진에 대부분 다 포함된다. 이것은 결혼전에 검사를 해야 할 항목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결혼후에도 지속적으로 검사를 해야 할 항목들이다. 더욱이 나이가 들면서 추가적으로 정기적인 검사를 해야 할 항목들( 예를 들면 내시경) 등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성병에 대한 검사들은 어떨까....
물론 성병이 증상이 없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일반적인 경우에는 증상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 매독이나 에이즈의 경우는 약간 다르다. 매독이나 에이즈는 특별한 증세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자기가 혹시 성관계를 하면서 의심이 든다면 반드시 정기적으로 해야 하는 검사이다. 그외 성병...즉 요도염이나 질염의 경우에는 당사자가 성생활을 하고 있다면 간혹 한번씩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은 경우이다.
그리고 남성의 경우 전립선이 있을 수 있는데, 정상적인 젊은 나이이라면 절대 전립선비대증은 발생할수 없으며, 전립선염의 검사도 반드시 증세가 있어야 검사를 시작하는 것이 원칙이다. 여성의 경우 자궁경부암에 대한 검사를 시행할 수 있는데, 이것을 하는 때는 보통 성관계를 했을때 시행할 수 있다. 성관계를 한번도 하지 않았다면 처녀막때문에 할 수도 없을 뿐더러, 할 필요가 없다고 알고 있다. 유방검사야 보통 정상적인 결혼 적령기때 하는 검사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혹 남성의 경우 불임에 대한 검사로 정액검사를 시행할 수는 있는데, 백번 양보해서 간단히 검사할 수 있으므로 원한다면 한번 해볼 수 있다.
종합해보면 혼전검사의 항목들중 일반적인 건강검진을 제외한 나머지 것들에 대한 검사는 결혼전에 성관계를 했다는 전제하에 검사를 하는 것이다. 뭐, 그래도 요새는 성개방시대이고 각자 나름대로의 가치관이 있으므로 백번 양보해서 결혼전 성관계에 대한 것은 넘어갈수는 있겠다. 또한 배우자에 대한 예의로 자기가 스스로 검사를 해서 확인하는 것은 괜찮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신혼 혼수품으로 서로 확인하는 것은...글쎄....
아무리 이에 대한 취지가 좋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맘은 서로에 대한 불신이 가장 밑바닥에 자리잡고 있는 것일 것이다. 또 만에 하나 혼전검사에서 이상소견이 있다는 것을 서로가 알았다면 과연 행복한 결혼생활이 될 수 있을까?
배우자가 될 사람이 성병에 걸렸다든지, 아니면 평생 관리해야 될 병이 있다든지 한다면, 정상적인 사람으로서 이것을 감수하고 넘어갈 사람은 글쎄.....
언제부터인가 신혼 혼수품으로 혼전 건강검진표를 요구한다는 현실이 나는 서글프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