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28. 15:44

이전에 나랑 같이 있는 다른 원장님 환자중에는 결혼도 안한 청소년이 정관수술을 해달라고 찾아와서 한참을 싸우고 간 적이 있었다. 환자는 자기가 원하니 해달라고 떼를 쓰고, 그 원장님은 절대 안된다라면서 돌려보내는 것을 보면서 과연 저런사람이 있을까라고 생각을 했었다.

오늘 또 다른 환자가 나에게 왔다.
결혼을 한 환자인데, 약 4-5년정도 결혼생활을 했다고 한다. 부부사이에 자식은 없다고 한다.
근데 진료실에 와서 대뜸 하는 말이...
"정관수술을 좀 하러 왔습니다."
"아..네......근데 자녀분은 몇분이신가요?"
"없습니다..."
"??? 없는데 왜 하실려고 하시나요?"
"저와 아내는 결정을 봤습니다. 계속 자식을 가지지 않기로요."
"아니..그래도, 나중에 사람일은 어떻게 되는지 알 수가 없어요. 혹시 자녀를 원하실수도 있고...정관수술후에 좀 오래 시간이 지나면....."
중간에 말을 끊으면서 환자가 하시는 말이...
"정관수술을 오래 한 상태라면 임신이 잘 안된다는 이야기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희들은 만약 자식이 필요하면 입양할 겁니다....."

물론 엄밀히 말하자면 환자가 원하면 해줘야 하는 것이 원칙이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정관수술을 해주는 것이 정상적인 상황은 아닌 것 같았다.

이때 환자가 한마디 하기를...
"딴데서 정관이 잘 안만져진다고 이야기는 들었는데, 그래도 해주세요"

이순간 갑자기 환자가 혹시 무정자증이 아닐까....생각을 했었다.
신체검사를 해보니 과연 정관이 양쪽 다 만져지지 않아, 우선 정액검사를 해보니 무정자증이었다. 즉 선천적으로 정관이 없는 환자였던 것이다. 전문용어로 이야기하면 선천성 양측정관결손증(congenital bilateral absence of vas deferens, CAVD)였던 것이다.
좋게 이야기 하고 만일 이에 대해서 치료를 하겠다면 도움을 드리겠다고 하고 보냈다.

이야기가 좀 길어졌는데, 환자의 이야기중 정관수술을 오래 한 상태라면 나중에 정관복원술을 해도 임신이 잘 안되는 경우가 있다. 정관수술을 하고 난 뒤에 간혹 아이에게 사고가 생기거나 재혼을 하는 경우에 간혹 정관복원술을 하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이때 그럼 정관복원술을 했을때 임신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어느정도일까?

이에 대해서 수많은 연구가 있지만, 가장 권위있는 데이터로 소개되고 있는 연구는 1991년도에 발표된 것이다.

보면 9년간 1469명의 정관복원술을 시행한 환자의 임신결과를 확인하였는데, 이중 52%의 환자에서 임신이 되었다고 한다.
이를 기간별로 나누어 보면 아래 표와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출처 : Belker AM, et al. J Urol 1991;145:505-511)

즉 정관수술을 한지 약 3년이내에 정관복원술을 시행한 경우라면 부부생활시 정자가 나오는 경우가 97%이며 이때 자연  임신성공률은 약 76%이다.  정관수술을 한지 3년에서 8년사이에 정관복원술을 시행한 경우라면 부부생활시 정자가 나오는 경우가 88%이며, 이때 자연 임신성공률은 53%이다.
정관수술을 시행한지 약 15년이상이 지나면 자연 임신 성공률이 약 30%로 많이 떨어진다.


앞서 이야기한 환자는 자연적으로 불임이 된 환자이므로 어쨌든 자기의 소기목적을 달성한셈이 되었다.
그러나......결혼생활을 하면서 원래부터 자식없이 살수 있도록 원하는 것이.....정말로 좋은 부부생활일까에 대해서는 글쎄.......

Posted by 두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