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1. 29. 09:05

원래 나는 소설을 잘 읽지 않는데 최근에 눈에 띄는 소설책이 있어서 구해서 읽어보았다. 이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다빈치 코드'를 읽고 나서 처음으로 읽는 책이었다.

제목은 "쌍둥이별"
(좌측 사진출처 : 리브로)

백혈병에 걸린 언니를 위해 부모가 유전적으로 완전히 일치하는 동생을 낳으면서부터 비극이 시작된다. 계속되는 동생에서 언니로부터 수혈 및 골수이식등.... 동생의 동의를 받지 않고 언니를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계속되는 시술을 중단하기 위해 동생은 마침내 법원에 소송으로 이것을 중단하기를 요청한다.
소송중에서서 밝혀지는 가족 구성원들간의 끈끈한 유대감이 볼만하였으며, 이후 동생의 충격적인 반전으로 소설의 긴 이야기는 끝이 난다.

나도 참 주책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지하철에서 이 소설을 읽다가 마지막의 결말때문에 눈물이 얼굴로 흐르는 것을 막는다고 이리저리 움직여서 옆 아가씨가 굉장히 이상하게 쳐다보기도 했다.

(사실 이 소설의 충격적인 반전의 뒷이야기를 이야기하고 싶지만, 이전에 '식스센스'를 상영할때, 그 영화를 보러가기 직전에 누가 꼬마가 유령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난뒤에 영화가 하나도 재미없었던 아픈 기억이 있어서, 소설의 재미를 위해서 여운을 남겨둔다....^.^ 궁금하신 분은 직접 읽어보시길...)

내자식의 첫째 아이가 만일 불치병이 걸려서 이식을 해야 하는데, 적당한 사람이 없다면....그 해결책으로 위와 같은 맞춤아기가 있다면....과연 나는 그 맞춤아기에 대해서 어떤 행동을 취할까.....
이 소설에서도 정확한 해답을 내려주지 않듯이, 실제로 위와 같은 경우라면 상당히 난감할 것 같다.

윤리적으로 상당히 문제가 될 수 있는 내용도 그렇지만, 이 소설의 시점도 굉장히 흥미로운데, 이전에 읽었던 '사람아! 아! 사람아'라는 소설과 비슷하게 주인공들의 각자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형식이 다시금 새롭게 느껴진다.

사실 이 소설의 주제는 언니와 유전적으로 똑같게 만든 맞춤 아기라는 것이다.
맞춤 아기란 영어로 designer baby라고도 하는데, 비슷한 말로 구세주 아기 (saviour sibling) 혹은 스페어 아기(spare baby)라고도 한다.

일반인들이 맞춤아기라는 말로 느끼는 것은 아마도 유전자 조작을 해서 유전자를 새로 맞추는 것을 생각할 것이다. 부모는 능력이 되지 않아도 아이는 아이큐가 150이상 되고, 키도 훨씬 크고, 얼굴도 잘생기게 할 수 있는 유전자를 새로 조합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꼬집은 영화가 내가 이전에 비디오로 봤던 가타카(Gattaca)라는 영화가 있다. 미래에서는 아주 좋은 우성인자만 가지고 유전자 조작을 하여 좋은 아이들만 태어나는데, 주인공은 그냥 열성인자를 가지고 태어나, 그 미래사회에서 어떻하든 적응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나온다. 당시 영화를 보니 주인공이 머문 자리를 항상 면밀히 관찰하여 치우던 장면이 눈에 선하다.
(origin: www.naver.com)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현재 의학기술로는 이렇게 할 수 있는 기술은 한참 먼 미래의 이야기이다.

간혹 언론에서 맞춤아기라는 이야기가 나오곤 하는데, 그 의미를 세분하자면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번째 방법으로는....부모에게서 여러 난자를 빼내서 정자와 시험관에서 수정시킨 후에 이 배아들을 유전자 검사를 시행한다. 유전자 검사로는 주로 PCR이나 FISH 방법같은 분자생물학적인 방법을 써서 검사를 시행하여 이중에서 언니와 동일한 유전자가 있는 배아를 찾아서 다시 부모의 자궁에 착상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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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신문에서 소개되었던 치료용 맞춤아기 출산과정
보면 인공수정을 해서 유전자검사를 시행후에 원하는 유전자가 있는 배아만 따로 자궁에 착상시켜 출산한 뒤에 다른 아이에게 골수나 피를 추출하여 이식한다.)


위의 방법은 주로 먼저 태어난 아이가 백혈병같은 질환이 있을때 이에 대해서 골수이식등을 시행하기 위한 가장 동일한 유전자를 얻기 위해서 시행한다.

그러나 약간 다른 맞춤 아기도 있다.

유전적 질환을 가지고 있으면서 자녀에게 높은 빈도로 유전질환을 물려줄 가능성이 있는 부모가 아이에게 유전적 질환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 인공수정으로 여러 배아를 검사한다음에 이중에 유전적 질환을 가지지 않은 배아만 따로 골라서 자궁에 착상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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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ipmpjogia.diknas.go.id)

만일 부모가 특정한 유전자때문에 생기는 질환을 가지고 있다면 인공수정방법으로 여러 배아를 만들어서 이중에서 특정한 유전자가 없는 건강한 배아만 추출하여 자궁에 착상시키는 방법이다.

위의 소설의 내용이 단순히 소설이겠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언론에서 보도된 예가 많다. 

첫번째 사례는 2000년 미국이었다. 유전질환인 ‘판코니 빈혈’ 을 가지고 있는 여섯 살 된 딸의 치료때문에 그 부모는 엄마의 난자들로 만든 10개의 배아 중 유전자 검사를 통해 가장 적절한 하나를 선택하여 인공수정하여 남아를 출생하였으며 이 아이의 탯줄을 딸에게 이식하여 완치했다고 한다. 당시 담당했던 미네소타대학은 상당히 격렬한 논쟁이 붙었지만 허락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는 내가 언급한 2가지 방법중 첫번째로, 이전아이의 유전적 질환 치료를 위해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장기를 얻기 위해서 둘째를 선택하는 방법이다.

같은 방법으로 영국에서 `다이아몬드-블랙팬 빈혈'이라는 희귀병에 걸린 찰리 휘태커라는 네살의 아이때문에 이 시술을 신청하였으나, 영국에서는 법때문에 하지 못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둘째로 맞춤 아기를 출산했고 여기서 골수를 추출해 이식하여 두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고 한다.

내가 언급한 두번째 경우도 있다.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큰 유전자로 알려진 BRCA1이라는 유전자가 있다. 영국에서는 이 유전자때문에 3대에 걸쳐 유방암에 걸린 가족력을 가진 부모가 자신도 BRCA1이라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것을 알고 자녀에게는 물려주지 않기 위해 이 유전자가 없는 아이를 가지는 것을 신청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2006년도에는 섬유성낭포증이라는 서양인에서 잘생기는 유전병을 가진 부모가 먼저 생긴 자녀에게서 같은 질환으로 고생하는 것을 보고 둘째는 이 유전자가 없는 맞춤아기를 신청하여 성공적으로 태어났다고 한다.

이런 예가 대부분 영국에서 일어난 것 때문일지는 모르지만 올해 5월에는 올해 5월에는 영국 의회가 맞춤형 아기를 허락하는 법률을 통과시켰다고 한다. 불치병에 걸린 형제ㆍ자매를 살리기 위해 인공수정으로 시험관아기를 만드는 것을 합법화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인공수정으로 엄마의 자궁에 착상시키기 전에 배아의 유전자를 조사하여 유전병이 있는지 없는지를 조사하는 방법을 preimplantation genetic diagnosis라고 한다.
지금 현재 일반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방법은 임신시 양수검사를 하거나 융모막검사를 하는 방법인데, 이 방법으로는 태아나 엄마에게 상당한 스트레스를 줄 수가 있다. 따라서 그런 스트레스가 없는 위의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윤리적인 문제는 나역시 나이도 일천하고 장차 어떤 결과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잘 모른다. 또한 하나의 적당한 배아를 얻기 위해 폐기될 수 있는 다른 수많은 배아에 대해서도 윤리적인 문제가 어떻게 결론날지는 모른다. 그러나 내가 위의 소설의 부모일때....또는 언론에 보도된 경우의 부모일때...내 자식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라고 생각해보니,

오히려 더 생각이 뒤죽박죽이 된다. 위 소설의 부모처럼 ........

Posted by 두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