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19. 18:03

가끔 진료를 하다 보면 사정도 안했는데 요도에서 쿠퍼액이 나온다고 뭔 병인지 오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요새는 사람들이 참 많이들 알고 있어서 쿠퍼액이라는 것도 아는 것이 참 신기하다.

정상상태에서 가만히 있는데 쿠퍼액이 나오는지 안나오는지 모르지만, 이럴때는 혹시 염증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소변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간혹 비임균성요도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분들은 소변검사에서 염증이 있어 비임균성요도염입니다.....라고 말씀을 드리고 치료를 시작하는데, 어떤 분들은 정상인 경우가 있다. 그래도 간혹 못미더운지... 왜 쿠퍼액이 나오지...하면서 갸웃거리는 경우가 있긴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왼쪽 사진에서 보면 cowper's gland라고 되어 있는 것이 쿠퍼선의 위치이다.
여기에서 쿠퍼액이 나오며, 정자와 나오는 길 옆에 있으면서 정자가 나올때 먼저 나와 윤활유 역할을 한다.
출처 : www.indiadiets.com)



글쎄....쿠퍼액이 정상상황에서도 나오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원래 쿠퍼액은 정상상황일때라기 보다는 보통 사정직전에 나오는 윤활유같은 액체이다. 정상상태에서 그냥 나오는 액체는 아마도 소변이 응축되어 나오는 그런 찌꺼기로 생각하곤 한다.

또 많은 이들이 쿠퍼액에 과연 정자가 있느냐를 묻는 경우가 많다. 이전글에서 누가 쿠퍼액에 정자가 없다는 댓글을 다신 분이 있는데, 정확히 지적한 경우이다.

사실 2003년도에 이에 관심을 가진 이가 연구한 것이 있다.

보면 전희때 점액이 많이 나오는 3명의 환자와 5명의 조루증을 가진 환자와 4명의 정상인을 포함하여 총 12명을 대상으로 흥분기때 나오는 첫 점액(쿠퍼액)과 사정액을 동시에 받아서 현미경으로 정자가 있는지 확인하였다.

12명 모두에서 첫 점액으로 나오는 쿠퍼액에서는 정자가 한마리도 없었으며, 모두 사정액에만 정자가 많이 관찰되었다고 한다.

하나의 연구...그것도 몇사람밖에 되지 않는연구로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사실 해부학적으로 생각해보더라도 순수한 쿠퍼액에는 정액이 있을리가 없다.

그런데 간혹 상담하다 보면 쿠퍼액으로만 임신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한다.
왜 이런 일이 있을까?

정액이 처음 나올때는 보통 쿠퍼액도 나오지만, 바로 뒤이어서 정액이 바로 나오게 된다. 스스로는 사정하기 직전에 그만두었다고 하지만 쿠퍼액이 좀 나오고 좀 있다가 정액이 나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쿠퍼액이 0.1ml나오면서 바로 뒤이어서 정액이 나오기 때문에 바로 그만두더라도 정액이 섞이는 경우가 있다. 이런경우 운나쁘면 (? 과연 운이 나쁜 것일까?) 임신이 되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생각해보면 순수한 쿠퍼액은 보통 사정직전에 나오며, 여기에는 정자가 없지만, 순수하게 쿠퍼액을 분리할 수 없고 바로 정액이 섞이기 때문에 임신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간혹 들리는 것 같다.


참고 : Zukerman Z et al. Does preejaculatory penile secretion originating from Cowper's gland contain sperm? J Assist Reprod Genet 2003;20:157-159

Posted by 두빵